[사설]화성 참사의 민낯, ‘위험의 이주화’ 국가적 대책 세워야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목숨을 잃은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들로 파악됐다. 사망자 23명 중 17명은 중국(조선족) 국적이고, 1명은 라오스인이었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이 땅에서 가장 힘없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는 모두 건물 2층에서 나왔다. 이날 마지막으로 발견된 1명을 제외하곤 사망자 모두 막다른 벽 앞에서 발견됐다. 화재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불길과 연기가 차오르자 출입구·비상계단이 아닌 반대편으로 피했다가 고립되어 참변을 당했다. 불길이 아무리 빨리 번졌다곤 해도 특별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일용직은 건물 구조도 생소해 출구 쪽으로 대피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작업 전에 하도록 돼 있는 화재 예방·피난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엄중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산업 현장은 ‘위험의 이주화’가 도드라지고 있다. 국내 이주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과 영세 규모 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하청에 의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저출생으로 생산인구가 부족해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번 사고는 이 실상을 보여준다. 외신들도 이 점을 집중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동안 낮은 출산율을 겪은 한국은 기피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사회가 위험 업무를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손쉽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땅히 수반돼야 할 안전관리에는 소홀했던 결과가 참극을 불렀다. 노동자의 생명이 더는 경제성에 밀려 희생되어선 안 된다.
대형 사고 때마다 안전 불감증을 탓하며 뼈저린 반성을 했지만, 그때만 반짝하곤 달라진 건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을 대신해서 고위험 업무를 맡아 다치거나 죽어야 하는 비극적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그 사회 인권의 바로미터가 된다. 급할 때만 쓰는 소모품이 아닌 것이다. 생명을 최우선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이주노동자 안전에 대한 체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명 피해를 유발한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이 땅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죽음을 이번에도 헛되이 흘려보낸다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지원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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