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지구공학 다시 ‘시끌’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4. 6. 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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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룹의 과학자들이 기후위기 대응 기술을 둘러싸고 찬반의 연서명까지 하면서 맞서고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인공적으로 내리는 태양복사조절(SRM) 또는 태양광 지구공학 기술이 기후 대책으로 적절한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이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는 영국 비영리단체 쿼드러처 기후재단과 미국 정부기관을 비롯해 근래에 늘어난 지구공학 연구 지원 사례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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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 이후에 화산재 입자가 성층권에 뿌려지면 지구 표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성층권에 미세 입자를 뿌려 햇빛 반사량을 늘림으로써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태양광 지구공학의 기본 구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후 개입이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태양광 지구공학 연구를 둘러싸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두 그룹의 과학자들이 기후위기 대응 기술을 둘러싸고 찬반의 연서명까지 하면서 맞서고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인공적으로 내리는 태양복사조절(SRM) 또는 태양광 지구공학 기술이 기후 대책으로 적절한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이다. 이 기술의 기본 구상은 성층권에 미세 입자(에어로졸)를 뿌리거나 구름을 더욱 밝게 만들어 지구에 들어오는 햇빛의 반사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옹호와 반대의 목소리는 연서명 성명서가 실린 두 진영의 웹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지구공학 사용 금지 국제협약을 요구하는 과학자들의 웹사이트는 지구공학이 정작 온실가스는 줄이지 않는 채 지구 온도를 낮추는 데만 목표를 둔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흩트릴 수도 있다. 지구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지역별로 다른 강수 패턴이나 생태계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에 햇빛 반사 연구를 옹호하는 과학자들은 최근 몇년 동안 조직적인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이들의 웹사이트에 실린 공개서한을 보면 기후위기를 늦출 태양복사조절 기술의 이점과 위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 중에 대표적인 연구팀이었던 미국 하버드대학의 태양광 지구공학 프로젝트가 지난 3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연구 중단을 선언하면서 지구공학 연구는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들은 지구공학 연구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상당한 위세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 말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6차 유엔 환경총회(UNEA-6)에서는 태양광 지구공학이 스위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식 안건으로 논의됐다. 연구 지원도 늘었다. 이달 중순 뉴욕타임스가 미국 비영리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이 지구공학 기초연구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는 영국 비영리단체 쿼드러처 기후재단과 미국 정부기관을 비롯해 근래에 늘어난 지구공학 연구 지원 사례를 보도했다.

물론 지구공학의 시행에 관해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연구를 지원하는 환경방어기금은 입장문을 내어 비상수단이 될지 모를 이 기술이 실제 사용될 때 나타날 영향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태양광 지구공학의 시행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적으로 지구를 식힌다는 구상이 최근까지 급진적으로 여겨졌지만 지구 온도가 놀라운 속도로 오르면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옹호와 반대의 시선을 함께 전했다.

우려에도 지구공학에 관한 관심이 지속되는 이유는 어쩌면 그만큼 우리 시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응은 더딘데 기후위기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그렇더라도 또 다른 악영향을 불러낼 수도 있는 지구공학의 사용에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는, 알지 못하는 모름은 여전히 크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불확실한 해법을 써야 하는 날이 오기 전에 탄소중립을 위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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