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최저임금위, '차등적용' 결론 못 냈다…법정기한 또 넘길 듯
이인재 최임위원장 "다음 회의에 최초 제시안 준비해달라"
심의기한은 27일까지…올해도 기한 내 심의 사실상 불가능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법정 심의기한을 이틀 남기고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인재 최임위원장이 심의기한 당일인 27일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내달라고 노사 양측에 요청했지만, 사실상 법정 심의기한 내 심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2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갔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근로자와 사용자위원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위원장은 다음 전원회의까지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의 진전을 위한 사용자 측의 구체적인 안과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위한 노사의 최초 제시안 준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뒤 최임위에서 그 수준을 논의, 의결하고 있다. 매년 3월 말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면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에서 90일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29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는 이달 27일까지다.
다만 법정 심의기한 준수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의무가 아니기에 심의기한을 넘기는 '늑장 심의'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현재까지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9번뿐이고, 지난해에는 법정 심의기한을 20일 넘기면서 역대 최장 심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역시 법정 심의기한이 불과 이틀 남은 상황이라 사실상 기한 내 심의 의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 이슈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약 37년 간 유지해온 최저임금 단일적용 원칙은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업종별 차등적용이 시행된다면 차별 업종으로 선정된 업종의 취업기피 문제로 인한 인력난 심화, 저임금 업종 낙인찍기로 인한 사양 사업 가속화, 각종 행정 통계 혼란 초래 등 득보단 실이, 순기능보단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경영난의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자영업 비율을 기록하고 있고, 이들을 향한 임대료 횡포, 가맹 및 프랜차이즈 수수료, 카드 수수료, 대기업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인한 과다경쟁 등 불공정거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98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전신인 보건사회위원회 회의록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법 제정 전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한 논쟁이 담겨있다.
이 부위원장은 "당시 한진희 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획일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을 업종별로 지역별로 구분해서 한다면 그것이 무슨 최저임금이냐'고 하고, 법을 제정하던 전문위원들 역시 차등적용은 최저임금법의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임을 지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생산량도, 경제규모도 적었던 40년 전에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최저임금이라고 했는데 사문화된 법을 살리겠다고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회귀하자고 하는 주장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도 제시했다.
이 부위원장은 "해당 보고서에서도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고, 오히려 사용자의 법 준수 의식 차이, 기업의 규모 등 다양한 이유를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며 "차등적용 논의를 멈추고 사용자 위원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차등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과거 입법조사처에서는 지역별,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류 전무는 "우리 최저임금이 적정 수준의 상한이라는 중위임금의 60%를 빠르게 넘은 상황에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모두 다 어렵지만, 특히 미만율이 30%를 넘는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들은 현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하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일부 업종이라도 반드시 구분 적용하고 최저임금 수준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올해 1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액이 431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하락하고, 영업이익도 91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하락했다고 한다"며 "이들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고,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경활)에 따르면, 전체 미만율이 13.7%로 높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업종별로 미만율 격차가 무려 41.2%포인트(p)나 된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취약 사용자 집단 상황을 고려해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이 위원장이 노사에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만큼, 다음 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수준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6차 전원회의는 27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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