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도 못 차린 유족들… 신원 확인 기다리며 오열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백준무 2024. 6. 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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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락 기다리고 있어. 혹시라도, 아직 모르니까."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이틀째인 26일 오후, 경기 화성시 청사 인근 모두누림센터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 앞 복도에서 A씨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의 생사라도 알기 위해 전날부터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 곳곳을 헤매던 유가족들은 이날 완전히 지친 모습으로 하나둘 대기실을 찾기 시작했다.

오후 시간대가 되자 더 많은 유가족이 대기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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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실낱 희망 못 놓아
“부검 전 남편 보게 해달라” 호소
신원 확인 2명뿐… 장기화 가능성
외국 근로자는 현지서 DNA 채취
정부, 입국·통역 등 유족 지원 방침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락 기다리고 있어. 혹시라도, 아직 모르니까….”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이틀째인 26일 오후, 경기 화성시 청사 인근 모두누림센터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 앞 복도에서 A씨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틀날인 25일 송산장례문화원 빈소현황판에 이름이 없는 고인들이 적혀있다. 화성=이재문 기자
화성 참사 유가족들의 모습은 여느 재난과는 달랐다. 사망자 모두 시신이 심각하게 손상돼 신원 확인이 어려운 탓에 이틀째에도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의 생사라도 알기 위해 전날부터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 곳곳을 헤매던 유가족들은 이날 완전히 지친 모습으로 하나둘 대기실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 낮 12시 취재진이 찾은 대기실에는 20여명의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 너머 복도로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개XX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악몽 같은 하루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기실 옆 야외 테라스에서는 한 남성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오후 시간대가 되자 더 많은 유가족이 대기실에 도착했다. 한 중년 부부는 먼저 와 있는 이들과 껴안으며 왈칵 눈물을 흘렸다.

부검을 위해 국과수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운구 차량이 1시간여 만에 되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화재 초기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가 결국 숨진 김모(52)씨의 시신을 태운 차량이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국과수로 출발하자, 김씨의 아내로 보이는 한 여성은 “부검 전에 아이들한테 아빠가 가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며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운구차는 결국 낮 12시10분쯤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1분30여초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유족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해 장례식장 차량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국과수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사망자 시신에 대한 부검에 착수했다. 시신 대다수는 성별 구분조차 어려울 정도 훼손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는 23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신원 확인 작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망자 중 대다수는 중국 동포 등 외국인 근로자로 확인돼 가족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은 현지에서 피해자 가족의 DNA를 채취하는 등 최대한 신속하게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외국인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해자 신원이 특정되면 유족 등을 대상으로 입국 및 체류, 통역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현장 관계자에게 “외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유가족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에 있는 소방관 등의 안전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화성=백준무·이예림 기자, 유경민·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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