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에 공주 하려니 걱정이 태산"...여성국극 명인 조영숙의 '선화공주' 데뷔

김소연 2024. 6. 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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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먹어 공주를 하려니 걱정이 태산 같아요."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90) 명인의 데뷔 무대다.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가수 박민희가 연출을 맡아 조 명인과 그의 제자 4명이 영상과 실연을 오가는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1951년 여성국극 최고 스타 임춘앵(1924~1975)의 여성국극동지사에 입단하며 여성국극을 시작한 조 명인은 수천 번 이 작품에 출연했지만 선화공주 역은 처음이란 면에서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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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숙 여성국극 명인 인터뷰]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 출연 
'어어부' 장영규· 가수 박민희가 연출한 
현대적 여성국극 '선화공주'
조영숙 여성국극 명인이 24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자택에서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장영규 음악감독, 가수 박민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아흔 살 먹어 공주를 하려니 걱정이 태산 같아요."

여성국극 1세대 조영숙(90) 명인의 데뷔 무대다.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의 일환으로 다음 달 26, 2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오르는 '조 도깨비 영숙' 이야기다.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가수 박민희가 연출을 맡아 조 명인과 그의 제자 4명이 영상과 실연을 오가는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조 명인은 서동, 철쇠, 석품, 왕, 선화공주까지 5개 배역을 소화한다. 1951년 여성국극 최고 스타 임춘앵(1924~1975)의 여성국극동지사에 입단하며 여성국극을 시작한 조 명인은 수천 번 이 작품에 출연했지만 선화공주 역은 처음이란 면에서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다.

24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자택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조 명인은 "마지막 공연으로 생각하며 어금니 깨지도록 이 악물고 하고 있다"면서 "국극을 73년 했지만 이번에 처음 해 보는 게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쑥스러워했다.

공연 제목의 '도깨비'는 학창시절부터 공부, 연극, 운동까지 끼지 않는 데가 없다고 붙은 조 명인의 별명이다. 여성국극에서도 노래, 연기, 춤은 기본이고 재담도 뛰어나 재담꾼 역할을 주로 맡았다. '선화공주'에선 '춘향전'의 방자와 비슷한 캐릭터인 철쇠를 주로 연기했다. 그는 "기막힌 일이 있어도 무대에선 웃겨야 했다"며 "눈으로는 울고 입으로는 웃었다"고 삶을 돌아봤다.

조영숙 명인이 '발탈'로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된 2012년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는 우직스럽게 여성국극을 쥐고 있다"

과거에 공연된 여성국극 '선화공주'의 한 장면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몽실 (1900~1949) 판소리 명창의 딸인 조 명인은 북한 원산의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무남독녀를 광대로 키우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뜻 때문이었지만 '예인의 피'는 속일 수 없었다. 한국전쟁 때 전남 보성으로 피란해 잠시 교사 생활을 하다 광주 여성국극동지사에 입단했다. 그는 "내가 뭐라고 사람들이 웃어 주고 박수 쳐 주는 게 좋아 취해 살았다"고 말했다.

조 명인은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발에 탈을 쓰고 노는 놀이)' 예능보유자로 국가 지원금을 받아 왔지만 최근까지 월세살이를 전전했다. 국가 지원 없이 쇠퇴해 가는 여성국극을 살리는 데 사비를 털어 넣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잊혔던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웹툰 '정년이'(2019~2022년)가 인기를 끈 데 이어 지난해 국립창극단에선 동명의 창극을 선보였고, TV드라마로도 제작되면서 '조 도깨비 영숙' 공연도 이뤄졌다. 드라마 '정년이'에 참여하는 장영규와 박민희가 여성국극 자문을 구하고자 조 명인을 찾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조 명인은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베테랑들(장영규, 박민희)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바보스럽고 우직스럽게 여성국극을 쥐고 있다"는 조 명인은 여성국극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거듭했다. "같은 노래극도 오페라보다 뮤지컬이 더 자유분방한 것처럼 여성국극은 창극과 비슷해 보여도 더 연극적이에요. 여성국극이 무너진다는 것은 창극 예술의 한 축이 무너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 달 공연하는 '조 도깨비 영숙'을 준비 중인 가수 박민희, 여성국극 명인 조영숙,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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