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스텝 꼬이는 이재명식 몽골기병론
정쟁 유발형 입법 속도전
이재명 방탄용 의심 키워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 덕택일까. 민주당은 연임을 위해 24일 사퇴한 이재명 전 대표 1인 체제다. 동년배 최고위원이 그를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아첨할 정도로 주변엔 '애완견'들로 넘쳐난다. 그런 그가 국회 개원에 앞서 '몽골 기병론' 깃발을 들었다. "개원 즉시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민생·개혁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면서다. 원 구성을 속전속결로 끝내고 자신이 호명하는 입법에 총대를 메라는 주문이었다.
민주당은 이미 단독 개원한 본회의에서 몽골 기병대식 속도전을 벌일 판을 깔았다.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김대중 정부 때를 포함해 여소야대 국회의 관행이었다. 이 불문율을 깨고 민주당이 이번에 셋을 죄다 차지했다.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108석 소여가 거북해하는 법안도 단 3∼4일 만에도 처리할 수 있는 발판을 놓은 것이다.
13세기 '몽골 기병'은 놀라운 기동력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했었다. 당시 칭기즈칸의 이 기마군단은 불과 10만명의 병력으로 연전연승했다. 사거리가 길고 연발 속사가 가능한 단궁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속도전이 그 비결이었다. 몽골 기병론은 본래 정동영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내건 슬로건이었다. 빠른 당 정비와 개혁 행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치 수사였다.
2007년 정 의원의 팬카페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대표였던 이 전 대표가 이를 다시 끄집어낸 격이다. 하지만 몽골 기병론은 국내 정치에 원용하기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의 실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굴종을 요구하는 게 문제다. 몽골 기병은 과거 우리와 싸울 때도 잔혹함의 진수를 보여줬다. 신라의 국보 황룡사를 불사르고, 저항하던 고려 삼별초의 씨를 말린 장본인이 그들이었다.
그러나 타협과 절충이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 원리다. 이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갖고 상대의 의사를 경청하는 인내가 필수다. 애초 외적과 싸울 때는 몰라도 몽골 기병론을 여야 관계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그런데도 거야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방송 3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21대 국회 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을 재발의했다. 심지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의 처리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국회법도 마음대로 뜯어고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일방통행에 소여는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거야의 속도전이 탄탄대로일 것 같진 않다. 그간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사건 재판 등 자신의 문제에는 지독한 시간끌기 전술을 구사했다. 그러니 국민들이 국회에서만 과속하는 민주당의 행태가 그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임을 모를 리는 없다. 이재명식 몽골 기병론이 스텝이 꼬이고 있는 이유다.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인상만 주면서 말이다.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 직후 이 전 대표도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제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재판 받는 그를 공세적으로 방어하려는 거야의 각종 특검 공세도 가열될 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장면도 일상화할 판이다. 이런 극한 대치로 22대 국회는 여야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어쩌면 협치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는 쪽이 그나마 다음 선거에서 중도층 민심을 얻을지도 모른다.
사족 하나. 몽골제국은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그만큼 빨리 몰락했다. 문화적 소양과 경제적 역량 없이 군사적 기동력만으로 대제국 구성원들의 신망을 오래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뜻이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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