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학당' 된 국회…"공부 좀 해라"·"내가 더 잘했다"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6.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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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하세요." "내가 더 잘했지 않겠어요?"

봉숭아 학당을 보는 듯한 풍경이 국회에서 펼쳐졌습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 복귀하자마자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말 한마디 지지 않으려고 유치한 말싸움을 벌인 겁니다.

법안이 본회의로 가는 관문인 법사위가 특히 봉숭아 학당을 방불케했는데요, 이런 장면들을 보면 '국회 정상화'라는 말이 무색해 보입니다. 국회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격전지가 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개그 공연 방불케 한 법사위

"법사 열차는 정시에 출발합니다. (중략) 법제사법위원회를 개의하겠습니다. 땅땅땅"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법사 열차 정시 출발'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는데요, 오늘도 그런 표현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한 '완전체' 회의였습니다.

그런데, 개의 직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정 위원장을 향해 여당 몫 간사 임명을 요구하며 말싸움이 시작됐습니다. "(간사) 사보임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항의한 건데요, 법사위 안건 상정 등 의사일정이 여야 간사 간 합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법사위 회의장이 개그콘서트를 방불케했습니다.

유 의원이 정 위원장의 옆으로 가서 간사 선임을 거듭 요구하자 정 위원장은 유 의원을 향해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 누구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법사위 참여 후 자기소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꼰 겁니다. 이에 유 의원은 "그런 위원장님 성함은 어떻게 되느냐"고 받아쳤고 서로 이름을 답하자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 정청래 위원장: 아니, 잠깐만요. 위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 유상범 의원: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신데요?
▶ 정청래 위원장: 저는 정청래 위원장입니다.
▷ 유상범 의원: 저는 유상범 위원님입니다.
▶ 정청래 위원장: 유상범 위원님 들어가 주세요.
▷ 유상범 의원: 어딜 들어가요?
▶ 정청래 위원장: 본인 자리로 들어가세요.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지각 출석해서 간사 선임이 안 된 상태"라며 "간사가 아니면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라고 유 의원에게 쏘아붙였습니다.

유 의원은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라며 반말과 삿대질을 하자 정 위원장은 "얻다 대고 반말이야"라며 고성으로 맞받았습니다.

▶ 정청래 위원장: 들어가세요. 위원장 재량이에요.
▷ 유상범 의원: 그게 무슨 위원장 재량이에요? 예의가 없어, 왜 이렇게.
▶ 정청래 위원장: 예의가 없어? 얻다 대고 한 말이에요, 지금.
▷ 유상범 의원: 최소한 여야 간에 간사 선임 절차를 거쳐야할 거 아니에요.
▶ 정청래 위원장: 그럼 왜 지금 들어왔어요? 간사 선임할 때 들어와 있지. 간사 선임할 때는 없었잖아요.

두 사람의 언쟁이 격해지자 정 위원장은 개의 6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습니다.
 

"공부 좀 하고 오세요"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

정 위원장이 이후 전체회의를 속개하려 하자 유 의원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면서 말싸움 2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정 위원장은 "국회법대로 하는 것이다.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라고 말하자 유 의원은 "법 공부는 조금 더 제가 잘하지 않았겠나"라고 맞받았습니다.
 
▷ 유상범 의원: 정회 시간이 얼마입니까? 위원장이 하고 싶으면 정회하고 개의하는 것도 마음대로 합니까?
▶ 정청래 위원장: 국회법에 그렇게 돼 있습니다.
▷ 유상범 의원: 마음대로요? 그러면 위원장 마음대로가 국회법입니까?
▶ 정청래 위원장: 국회법대로 하는 겁니다.
▷ 유상범 의원: 국회법에 위원장 마음대로 돼 있습니까?
▶ 정청래 위원장: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
▷ 유상범 의원: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 국회법은?
▶ 정청래 위원장: 잘한 분들이 이래요?


속개된 회의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말문을 열어 또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존경하는 마음이 없으면서 '존경하고픈'이라는 표현 자제해 주시고, 그런 말로 희화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그래도 송 의원은 '존경하고픈'이라는 표현을 꼬박꼬박 사용했습니다.
 

여당 퇴장 속 방송3법 통과

정청래 위원장은 방송 관련 '3+1 법안'을 상정해 토론한 뒤 표결을 강행했습니다. 법안 개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대체토론을 통해 추가 논의를 요구했지만 정 위원장은 거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과 유 의원이 또 충돌했습니다.
▶ 정청래 위원장: 토론을 잘 들었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생각하고요. 대체토론을 종결하고자 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네, 여러 위원님들의 토론 종결 동의가 있었습니다.
▷ 유상범 의원: 대체토론은 적어도 원하는 분은 다 시켜 줘야 되는 거예요.
▶ 정청래 위원장: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위원장이 대체토론을 종결할지 표결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전원 퇴장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빠진 뒤 야당 단독으로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토론이 종결되었으므로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략) 이의 있으십니까?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공영방송 지배구조 놓고 충돌

방송 관련 '3+1 법안'은 방송3법과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입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습니다. 민주당이 새 국회에서 당론으로 다시 발의해 법사위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한 겁니다. 폐기된 지 반년 만에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다시 밟게 됐습니다.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입니다. 현행법에선 회의 개의 정족수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정부 쪽 인사인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의 '2인 체제'로 회의가 진행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 '3+1 법안'은 지난 18일 국회 과방위 1호 법안으로 통과됐는데요, 당시도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 정상화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법안이 본회의 통과하면 거부권 행사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개정된 법으로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꾸리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 무시와 조롱으로 일관하는 정청래 위원장과 민주당의 '방송 장악 3법' 등 강행 처리는 입법 독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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