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에이스 되겠다"던 19살 아들…제지공장 입사 6개월 만에 주검으로

제희원 기자 2024. 6.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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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북 전주페이퍼 공장 직원 만 19살 A 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A 씨는 일요일에 혼자 설비 점검을 하던 중 쓰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입사 6개월 차 신입 직원이었던 A 씨는 오전 8시쯤 조회를 마치고 홀로 현장 점검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들은 A 씨 사망 한 달 전, 업무 강도와 환경이 바뀐 점, 지난달 50시간에 이르는 연장근무를 한 사실도 주목해 과로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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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페이퍼, 사고 현장 은폐 의혹…유족 "장례 연기"
지난 16일, 전북 전주페이퍼 공장 직원 만 19살 A 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A 씨는 일요일에 혼자 설비 점검을 하던 중 쓰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고 후 약 50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한 번도 걱정 안 시키던" 아들이 가족 곁을 떠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아직 빈소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순천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A 씨는 3학년 때 해당 공장 현장실습생으로 3개월 일한 후 지난해 12월 정규직으로 입사했습니다. 4조 3교대 근무였기에, 휴일에도 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갓 성인이 된 그의 수첩에는 앞으로 생의 계획이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A 씨의 수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각종 업무 관련 메모였습니다. 공장 설비에 관한 설명을 비롯해 "안전하려면 자기가 일하는 설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3~6개월 안에 모든 설비 공부", "조심히 예의, 안전하게 일하겠음"과 같은 다짐도 적혀있었습니다.


A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공정은 유독가스 누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유족을 대리하는 박영민 노무사는 "기계가 5일 정도 가동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제지가 썩으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또, 해당 공정의 유독가스 유출 가능성은 선임 직원들이나 안전 담당자들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공정을 점검할 때 마스크를 쓰거나 최소한 두 명이상 점검하는 매뉴얼이 있었다고 직원들은 증언합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입사 6개월 차 신입 직원이었던 A 씨는 오전 8시쯤 조회를 마치고 홀로 현장 점검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 쓰러진 다음에도 약 한 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A 씨 사망 한 달 전, 업무 강도와 환경이 바뀐 점, 지난달 50시간에 이르는 연장근무를 한 사실도 주목해 과로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 A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공장 내부
 

사측, 사고 현장 청소 뒤 "유해가스 없어"


A 씨의 부검 결과는 2~3주 뒤 나올 예정이어서 사망 원인을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측의 태도는 진상 규명 의지에 의문을 남깁니다. 전주페이퍼는 지난 22일 고용노동부의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사고 현장 배관과 탱크를 청소했습니다. A 씨가 쓰러진 중요한 단서가 될 환경을 제대로 보전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유독가스가 검출되지 않은 점을 들어, A 씨의 체중 등을 사고 원인으로 치부하는 발언을 해 유족에게 더 큰 상처를 줬습니다. A 씨는 입사 전 건강검진에서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유족들은 회사의 공개 사과와 진상 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장례를 미루기로 했습니다.

"조심히 예의를 갖춰 안전하게 일하겠다"던 19살 청년 노동자의 꿈은 어른들의 무책임함으로 뭉개졌습니다. 역시 19살이었던 구의역 김 군이 숨진 지 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갓 사회에 발을 뗀 청년 노동자들이 산재로 스러지는 현실. "우리의 첫 노동이 인간다울 수 있을까" 묻는 예비 노동자들의 물음에 고개를 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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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희원 기자 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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