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상임위 복귀 첫날, 반말·파행·보이콧…‘방송3법’ 처리에 집단 퇴장도

문광호·이보라·신주영·박하얀 기자 2024. 6.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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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유상범 의원이 2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회의진행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중단하고 국회 상임위원회에 복귀한 첫날인 25일 여야는 곳곳에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하자 국민의힘이 집단 퇴장하는 등 원구성 국면에 이은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됐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간 야당의 단독 개원과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일방 처리에 반발해 불참하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원구성 마무리에 따라 회의장에 복귀했다.

회의는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향해 “(간사) 사보임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간사간 합의가 없는 의사일정에 불만을 표하자,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지각 출석’으로 선임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의사일정 논쟁 과정에서 유 의원이 “예의가 없다”고 삿대질하고 정 위원장이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며 맞받으면서 회의는 개의 6분만에 파행했다. 정 위원장은 “의사진행을 도저히 할 수 없게끔 의사를 방해할 경우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발언중지권과 퇴장권까지 행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처리되면서 충돌이 격화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폐기됐던 법률이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총 5인 중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이들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의사일정 협의등) 국민의힘 요구는 일절 무시한 채 민주당이 원하고 바라는 ‘방송장악 3법’ 등만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며 비판했다.

‘라인야후’ 사태 등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격돌은 이어졌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전 MBC 사장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과방위원으로 보임된 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상임위 재배정을 요청했다. 김 의원이 MBC에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2017년 민주당에서 작성된 방송장악 문건이 그대로 실현돼 제가 쫓겨났는데 그게 다시 생각난다”며 “최민희 위원장이 ‘어머니’로 등극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최근 논란이 된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발언을 빗대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사과와 정회를 요구하고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불출석한 증인인 박민 KBS 사장을 고발하는 건의 상정을 요구했고 회의장에 돌아온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맞섰다. 뒤이어 열린 안건조정위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채 야당 단독으로 해당 건을 상정할지 논의해 의결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회의를 속개해 해당 건을 가결했다.

민주당은 이날 야권이 추천한 방통심의위원을 7개월째 미루는 것을 문제삼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윤 대통령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는)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이자 동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사기 특별법 입법청문회는 야당만 참석한 채 ‘반쪽’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일정이 여야 협의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불참했다.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로 내정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에서 “국회법이 정한 여야협의를 무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마음대로 정한 일정”이라고 했다.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에 불만을 제기하고 민주당은 정부 위원의 불출석을 지적하며 신경전이 오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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