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도권매립지 3차 공모도 실패…'주민 동의율' 줄여 재공모
'환경부·광역지자체 주도 공모'에 의문 커져…새로운 방식 요구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환경부와 인천시·서울시·경기도는 지난 3월 28일부터 3개월간 진행한 수도권매립지 대체 매립지 공모에 응모한 지방자치단체가 없다고 25일 밝혔다.
새 수도권매립지를 찾으려는 세 번째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조건은 완화하고 혜택은 강화해 재공모가 이뤄질 예정인데, 현재 방식으로 새 매립지가 구해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후보지 주변 주민 동의률' 낮추고 재공모
이날 환경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조건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재검토해 4차 공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완화할 조건으로는 '후보지 경계에서 2㎞ 내 주민등록상 세대주 50% 이상의 동의'를 들었다. 매립지는 대표적인 '님비' 대상 시설로 주민 동의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4차 공모 구체적인 조건과 인센티브, 시기 등은 추후 발표된다.
이번에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한 이유는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3개 수도권 광역지자체가 '합의'로 결정을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도 수도권매립지 관련 모든 일이 2015년 4자 합의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조건과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수준으로는 매립지를 유치할 지자체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에 실패한 3차 공모도 이전 공모 때와 비교하면 부지 최소면적(90만㎡)이나 요구되는 부대시설은 줄고, 유치 지자체에 주어지는 특별지원금(3천억원)은 500억원 인상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광역지자체들과 지자체에 유인을 제공하거나, 지자체를 압박할 힘이 작은 환경부에 맡겨두고 새 매립지 후보지를 공개 모집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대란'은 없지만…새 매립장 없으면 '반드시' 발생
인천은 설계상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이 포화하는 2025년 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폐기물 매립량이 감소해왔고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로 더 감소할 예정이어서 길게는 2042년까지 현 매립장을 더 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매립지 연간 폐기물 반입량은 1995년 917만8천만t에서 지난해 129만3천t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1995년 쓰레기종량제와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처 시행의 효과다. 2025년 건설폐기물,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가 시행되면 반입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2015년 4자 합의로 신규 매립지를 못 찾으면 최대 106만㎡의 매립장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기는 하다.
당장 공모 실패에도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지는 않는 상황이지만, '정치적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진짜 대란이 발생할 때까지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 매립장이 구해지든 말든 폐기물은 계속 발생하기에 대체 매립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당장은 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는 2026년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의 원활한 시행이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하거나 소각하지 않고는 매립장에 매립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지역별로 소각장 확보가 필수다.
환경부는 재작년 6월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 고양·부천·안산·남양주·안양·화성·김포·광주시 등 10개 지자체에 민선 8기 지자체장 임기 내 소각장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를 준수하기에 소각장 용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각장 확보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마포구에 하루 1천t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광역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주민 반발이 여전하고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인천시도 소각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다른 지역 쓰레기를 대신 소각해주는 지자체에 주어지는 가산금의 법정 상한을 올려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대통령 공약 '총리실 전담기구' 요구 커질 듯
인천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국무총리실에 수도권매립지 전담 기구 설치'라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은 연합뉴스에 "관계기관이 기존 방식대로 대체 매립지 공모를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천경실련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 범시민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쓰레기 매립지 현안을 총리실에 맡겨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며 "전담 기구를 중심으로 중재에 나서고 인센티브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주장했다.
새 매립장을 구하는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폐기물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40%대인 서울 생활폐기물(음식물쓰레기 제외) 재활용률을 88%까지 끌어올리면 매립이나 소각 없이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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