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막는데 건보 재정 1조 넘게 투입…현장선 제도화 요구도

임재희 기자 2024. 6.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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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진료 유지에 건보 재정 투입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들이는 건강보험 재정이 애초 예상한 월 1883억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까지 건보 재정을 1조원 가까이 투입하는데, 실제 필요한 금액은 이보다도 더 많다는 얘기다. 정부가 소아 중증 및 야간·휴일진료 강화에 5년 동안 투입할 건보 재정(1조3천억원)과 맞먹는다. 의료공백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건보 재정으로 비상진료체계를 지탱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비상진료 건강보험 지급 현황’을 보면, 2월20일부터 5월31일까지 이뤄진 비상진료에 지급된 건강보험은 3일 기준 약 810억원이다. 복지부가 이 기간 예상한 6120억원의 13.2% 수준이다. 하지만 지급액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약속한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를 위한 보상액은 물론 ‘경증환자 회송료’ 등의 지급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우선 복지부가 매달 1085억원으로 예상한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보상을 지급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공백 기간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이 중증·희소질환인 전문진료 질병군 입원 환자 진료를 유지하도록 입원료(환자 부담금과 건보 재정)를 추가 보상하겠다고 했다. 병원은 입원환자 치료로 환자와 건보로부터 대가를 받는다. 여기에 건보 재정으로 진료비만큼의 보상을 더 해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여기에 지난해 2월 기준으로 매달 1085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는데, 올해 1월부터 입원료가 큰폭으로 올랐고 중증환자 수는 많이 줄지 않아 예상치를 웃돌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료공백 이전인 지난 2월1~7일과 이후인 6월17~21일 이들 병원의 입원 병상 수를 비교하면, 가동 중인 중환자실은 303개 줄어든 반면 일반 병상 수는 2973개 감소했다.

경증환자를 병의원으로 보낸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에 보상하는 경증환자 회송료도 건보 재정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복지부는 비상진료대책으로 회송료를 50% 인상했는데, 이미 3월 회송료 인상분으로 39억원을 지급해 예상치 24억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3월 회송료가 다 지급되지도 않았다. 진찰료를 2배 올린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도 마찬가지다. 3월 예상치 128억원 가운데 102억원(79.7%)이 이미 지급됐는데, 아직 미지급액이 있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상(수가)을 받으려면, 진료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등을 거쳐야 해 2~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의료기관에서 청구가 다 들어오지 않아 한두달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예상보다 확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비상진료체계를 건보 재정으로 유지할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 때 “의사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 건강보험 지원방안 연장에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강선우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지출 낭비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사실상 ‘보장성 축소’에 앞장서온 정부가 정책 실패로 의-정 갈등이 심해지자 뒷수습에 건강보험 재정을 쓰고 있다”며 “정당성을 따져 다른 대안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대형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중증·응급 분야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일부 대책을 아예 제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때 추가 지원금 절반이 진료를 한 전문의에게 돌아가는데, 이런 지원이 계속되면 응급실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거란 제안이다.

전공의 대신 전문의가 일반 병동 입원환자를 진료하면 추가 보상을 하는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 지원금’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병원이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기엔 현재 수준의 입원환자 전담전문의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으론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교수(외과 입원 전담전문의)는 “건강보험 수가론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인건비의 60% 정도 보전하는 수준이었는데, 지원금이 추가되면서 병원이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병동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을 맞추게 됐다”라며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꾸려면 인건비 문제를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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