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공포' 또 오나… 8개월 새 5배 치솟은 세계 해운 운임
중국~유럽 평균 해상운임
1200달러서 7000달러로 급등
"팬데믹 물류대란 재현될 수도"
■팬데믹 수준은 아니지만 계속 올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노르웨이 해운 정보업체 제네타를 인용해 팬데믹에 따른 2021년 해운 운임 파동 및 공급망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네타에 의하면 12m 컨테이너 1개(1FEU)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옮기는 해운 요금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벌어진 지난해 10월 당시 평균 1200달러(약 166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7000달러(약 970만원)로 올랐다. 이는 팬데믹으로 해운 운임이 치솟았던 2021년 말(약 1만5000달러)에 비하면 아직 낮은 편이지만 약 8개월 만에 5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1FEU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미 로스앤젤레스(LA)까지 해운 운임은 현재 6700달러(약 929만원)를 넘겼고 상하이에서 미 뉴욕까지는 약 8000달러(약 1109만원) 수준이다. 두 노선의 운임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각각 약 2000달러 수준이었다.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운임 상승에 대해 "아직 정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다"며 추가 상승을 경고했다.
운임 변동은 영국의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에도 드러났다. BDI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에 5267p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BDI는 주요국 항구가 정상화 되면서 다시 내려갔지만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가 충돌하고, 하마스와 같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다시 뛰었다. BDI는 지난해 11월 3000선을 넘은 이후 올해 1월 말 1400선까지 떨어졌다가 25일 1973p까지 올랐다.
■수에즈·파나마 운하 차질에 파업까지
NYT는 최근 운임 상승의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지적했다.
수에즈 운하 때문에 전 세계 교역량의 12%가 통과하는 홍해는 후티 반군이 활동을 이어가면서 점차 위험해지고 있다. 지난해 미사일 도발에 그쳤던 후티 반군은 올해 2척의 상선을 침몰시켰다. 이에 수많은 해운사들이 3~4주가 더 걸리는 아프리카 남단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NYT는 후티 반군의 난동으로 인해 수에즈 운하 통행량이 난동 이전에 비해 1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원인은 중미의 파나마 운하다. 전 세계 교역량의 2.5%가 지나가는 파나마 운하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수로에 채울 물이 부족해 선박 통행량을 제한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파업이다. 이달 미 동부와 동남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사용자 단체와의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파업을 시사했다. 동시에 캐나다에서는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채비를 하고 있어 밴쿠버항과 연계되는 북미 물류망의 차질이 우려된다.
NYT는 해운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주요 해운사들이 이미 확정된 운송 일정을 수시로 취소하는 한편, 운임 외에 컨테이너에 특별 수수료를 추가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팬데믹 당시 크게 곤란을 겪었던 유통업체들은 연말 쇼핑 시즌에 앞서 미리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을 앞당기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물류 대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독일 물류기업 레누스 로지스틱스의 미주 해상 화물 책임자인 스테파니 루미스는 "지금 시장은 '팬데믹 2세'"라며 "많은 면에서 팬데믹 당시의 위치로 바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데이브 휠러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근 운임 상승에 대해 "이는 팬데믹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사들이 항해를 취소하고, 운송량을 줄인다며 "올해는 안정성 및 가격 위험과 관련해 폭풍이 몰아칠 것 같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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