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영업비밀 누설

삼성기술 빼내 이직해 활용
대법, 2심 뒤집고 유죄판결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에 쓰이는 방수 점착제 제조법을 유출한 협력업체 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인 점착제 제조사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다. 그는 점착제 제조 방법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하다 퇴사한 후 다른 회사로 이직했고, 새 회사 기술연구소장의 지시를 받아 제조법을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다른 업체로 옮긴 후인 2016년 12월에도 회사 지시를 받고 재차 제품을 제조했다. 검찰은 A씨를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A씨에게 점착제 제조를 지시한 업체 관계자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와 업체 관계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제조법이 영업비밀임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업체 관계자들도 우연히 제조법을 알게 된 것일 뿐 부당한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제조 방법은 개발에 상당한 비용 등이 투입됐고, 그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제조법은 영업비밀이라고 못 박았다. A씨의 고의성도 인정됐다. 대법원은 "A씨가 업무에 필요해 제조 방법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했더라도, 퇴직한 이후에는 허락 없이 사용·누설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A씨가 비밀유지협약서를 작성한 점도 고려됐다.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