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인터뷰] “與 ‘제2의 연판장 사태’ 가능…용산 비판 못하는 분위기 깨져야”

구민주 기자 2024. 6. 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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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어대한’ 꺾으려는 시도 반드시 있을 듯”
“원희룡, 용산과 교감 예상…나경원, 뒤통수 맞은 느낌일 듯”
“이재명 연임은 아침 해가 뜨듯 확실…사법 심판 운명은 불확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김경율 회계사가 6월24일 시사저널TV 《김경율의 노빠꾸 정치》에 출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7월23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쟁 구도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순) 4파전으로 확정된 가운데, 서로를 향한 견제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엔 누구에게 얼마나 작동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은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분위기를 꺾으려는 안팎의 시도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제2의 연판장 사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22대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김 전 비대위원은 6월24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와 관련해 "'나가지 말고 싸우지 말고 이기지 말자'는 국민의힘 내 분위기와 용산을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을 깨고자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선 "출마 과정에서 용산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며 나경원 의원의 경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4파전 양상이다. 각각의 출마에 대해 평가한다면.

"먼저 원희룡 전 장관의 경우 본인도 어느 정도 인정했듯 다소 갑작스럽게 출마를 했다. 정가에서 이야기하듯 출마 과정에서 용산과의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자연히 나경원 의원의 경우 좀 상황이 애매해진 지점이 있다.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경우 사실은 개인적으로 이번엔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한동훈 전 위원장도 출마선언문에서 '갈라파고스'라고 표현했듯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은 마치 그들만의 세상에 동떨어져 사는 것 같다. 윤상현 의원도 당 상황을 '공동묘지 속 평화'라고 비유했던 것 같은데, 한 마디로 '나가지 말자, 싸우지 말자, 이기지 말자'는 정신으로 무장된 상태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당이 한 전 위원장에게 '대신 싸워 달라'고 등 떠밀며 1인5역을 요구하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엔 나가지 말았으면 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한 고민들을 하며 출마를 결심한 것 같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왼쪽부터)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위원장은 23일 A4용지 15장 분량의 긴 선언문을 낭독했다. 인상적인 부분 있었나.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총 9번 집권여당의 리더가 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두 차례 힘주어 강조했다. 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들이 반복됐다고도 이야기했다. 이 부분이 국민의힘의 가장 '막혀 있는' 지점이고 또 풀어야 할 매듭이라고 본 것 같다."

같은 날 앞뒤로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원희룡 두 주자는 각각 '당정 동행' '당정 원팀'을 강조했는데.

"한 전 위원장과는 결이 분명 다르다. 지금은 당정 간의 하나됨을 주장해선 민심을 확 끌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 전 장관은 자신이 '레드팀'이 돼 대통령에게 직접 쓴 소리를 전하겠다고도 부연한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차도 보였다. 한 전 위원장이 '원칙적 찬성'을 주장하자 다른 주자들이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언급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파격적일지는 예상 못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우려할 지점이 있다. 이번 선거는 총선도 대선도 아닌 당원들과 당 지지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당내 선거'인데 특검법 찬성을 주장하는 게 불리할 수 있지 않은가. 더구나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강하게 언급하지 않는 게 나았을 수도 있는데, 그냥 이 또한 한동훈답게 제시한 것 같다. 채상병 사건에 대해 민심이 어떤지 아는 만큼 유불리 크게 따지지 않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 부분은 한 전 위원장이 스스로 막판에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어대한'은 깨질 거란 시각도 있다. 결선 투표에 갈 경우 윤심을 힘입은 친윤‧반한 연대가 이뤄져 분위기 반전을 시킬 거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가 이미 친(親)한동훈 대 비(非)한동훈 또는 반(反)한동훈 구도로 짜이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지금의 분위기를 뒤집기 위한 시도는 계속해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의원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겪었던 '연판장 사태'가 재현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당장은 시도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조금이라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려 한다면 이를 여론화하고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오는 8월18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재명 대표는 사실상 연임 도전을 위해 사퇴했는데 어떻게 보았나.

"사실 이 대표의 연임은 내일 아침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이젠 당연하고 확실한 일이다. 불확실성은 모두 제거됐다. 박용진 의원 등 비명(非)이재명계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나. 이젠 이 대표의 연임에 '레드카펫'을 깔아줄 사람들만 당내에 남았다."

민주당은 나아가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 4명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대표가 정계에 진출한 후 계속해서 민주당에서 이례적인 일들이 반복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송영길 당시 의원이 자신이 다선을 했던 지역구 인천 계양을을 선뜻 넘겨줬고, 이 대표는 그 덕에 재보궐 선거로 당선됐다. 이후 이 대표가 곧바로 당 대표 선거에 나왔고 연임까지 노리고 있다. 여기에 재판부가 판결을 내린 사안을 흔들고 검사 탄핵까지 추진한다. 도대체 뭘 어디까지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야당의 주도로 특검 정국이 이어질 전망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한 경우 특검도 해야 하고, 또 요건이 되면 탄핵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탄핵'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서 가벼워졌고 무책임해졌다. 조금은 진중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은 일 좀 했으면 좋겠고 민주당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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