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도 못 꺾는 ‘낭만소녀’의 투지···안세영 “파리, 금메달에 내 모든 걸 쏟아붓겠다”[스경x현장]
안세영(22)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결승전 도중 무릎을 다치고도 끝까지 뛰었다. 악바리처럼, 마지막 3게임을 끝내 잡아 금메달을 거머쥔 뒤 힘껏 소리를 지르고는 코트에 드러누웠다. 만 19살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천적’ 천위페이에게 8강에서 져 눈물을 쏟으며 다음 올림픽을 다짐하고, 그 최종 목표로 가는 길목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만난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부상 투혼으로 꺾은 안세영은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의 낭만소녀다.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직접 ‘낭만’을 외쳤다.
안세영은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D-30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낭만 있게 끝내보겠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쏟아내 후회없는 올림픽을 치르고 오겠다는 각오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안세영은 배드민턴 대표팀이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받고 있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배드민턴 단식에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받는 에이스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무릎 부상을 완전히 털지 못했지만 올림픽 직전 마지막 리허설로 나선 2차례 국제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랐다. 두 번 다 숙적 천위페이(2위·중국)와 붙었고 안세영은 한 번씩 우승을 나눠가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안세영은 “최악의 몸 상태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어봤기 때문에 파리에서는 더 좋은 상태로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부상 이후 내 스피드도, 자신감도 부족했는데 최근 2개 대회 연속 천위페이를 만나면서 보완점이 명확하게 생겨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많은 걸 얻었다”고 했다.
안세영은 지난 5월, 무릎 부상이 최초의 진단과는 달리 파리올림픽까지 완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직접 털어놨다. 그래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통증을 많이 이겨내 정상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지금, 안세영은 파리의 낭만을 약속한다.
안세영은 “낭만은 스포츠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 말 같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나를 부상에서 끌어내주기 위해 많이 하시는 말씀이다. 매일 운동을 설레면서 시작하고 낭만 있게 끝내면 그 하루도 잘 보낸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올해 내 출발은 부상이었지만 올림픽에서 목표를 잘 이뤄 낭만있게 끝내면 스스로 올해는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낭만을 완성시켜줄 최종 목적지는 금메달이다. 지난해 세계개인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올림픽 메달이 내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이라 생각한다. 완벽하게 맞춰낼 수 있도록 하겠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생각”이라고 확실하게 목표를 밝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 2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자단식과 함께 이소희-백하나(2위)와 김소영-공희용(7위)이 출전하는 여자복식, 서승재-강민혁(4위)이 나서는 남자복식, 서승재-채유정(3위), 김원호-정나은(8위)이 출전하는 혼합복식에서 모두 우승후보를 품고 있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학균 감독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2개 넘게 나온 적은 없었다”고 ‘최고 성적’의 기준을 삼으며 “여자단식에 세계랭킹 1위가 있고 다른 종목 모두 톱10이다. 올림픽에서는 전부 우승후보인 셈이다. 어느 선수가 (주인공이) 될지 몰라도 그 영광은 우리 선수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천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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