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봐도 데굴데굴 구를 코미디”…남동협 감독이 밝힌 ‘핸섬가이즈’ 키워드

이정우 기자 2024. 6.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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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 뉴 제공

26일 개봉하는 영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는 이렇게 요약된다. B급 정서를 표방한 호러 코미디이면서 매끈한 연출이 돋보이는 A급 결과물. 한마디로 말하면 ‘병맛’ 재미에 깔깔 웃다가 정돈된 연출에 새삼 놀라는 영화다. 그 이유를 지난 20일 남동협(46) 감독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원작 ‘터커 앤 데일 대 이블’(2010)에서부터 좀비 영화 고전 ‘이블 데드’까지 수많은 영화들에 물려받은 B급 정서, ‘총알탄 사나이’와 주성치(저우싱츠) 영화를 최고로 치는 그의 코미디 철학,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충무로 영화를 벗어나 이질적이지만 신선한 영화를 입봉작으로 내놓는다는 책임감이 이 영화의 키워드다.

남동협 감독. 뉴 제공

◇‘총알탄 사나이’와 주성치 영화 찾는 재미

영화는 줄거리만 봐도 다른 한국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형제처럼 친한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가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 낡은 집으로 이사를 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둘은 경찰이 단박에 범죄자로 의심할 정도로 험한 인상을 가졌지만, 마음씨는 곱디 곱다. 그런데 그들이 이사 온 집엔 ‘염소 악령의 저주’가 걸려 있었고, 상구와 재필이 의도치 우습지만 잔혹한 학살이 펼쳐진다.

재필과 상구, 두 주인공의 험한 생김새와 착한 심성 간 괴리가 영화의 첫 번째 웃음 포인트. 남들이 어떻게 보든 둘은 서로에게 "잘생겼다"며 칭찬해준다. 두 캐릭터엔 감독 자신과 친한 지인이 투영됐다. 남 감독은 "내게 재필 같은 친한 형님이 한 분 있다. 둘이 있으면 ‘세상에 니만큼 웃기고 센스있고 연출 잘하는 그런 사람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고백했다. 재필의 부산 사투리 역시 이 형님의 영향이다.

원초적인 슬랩스틱이 돋보인다. 여기엔 남 감독이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 남 감독은 "초등학생 때 데이빗 주커 감독의 ‘총알탄 사나이’를 혼자 집에서 보다가 실신하듯 웃었다"며 "‘에어플레인’이나 ‘못말리는 비행사’ 등 ‘못말리는’ 시리즈도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인 귀신에 들려 관절 꺾기 춤을 보여준 마을 파출소 최 소장(박지환)의 등장 장면은 유년 시절을 지배했던 코미디 영화에 대한 헌사다. 남 감독은 "최 소장이 문을 발로 차는데 문에 구멍이 뚫리고, 거기서 나와서 거실에서 기둥에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까진 원작에도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양동이에 발이 빠지고, 펄펄 끓는 주전자에 손을 데는 장면은 ‘총알탄 사나이’에 대한 헌사"라고 설명했다.

영화 ‘핸섬가이즈’ 뉴 제공

주성치 영화의 영향도 찾아볼 수 있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의 정제된 코미디보다 어릴 적 봤던 ‘신정무문’ 같은 날것의 재미를 좋아한다는 남 감독답게 초기 시나리오는 훨씬 더 안드로메다급 이었다고 한다. "배 때리면 막 저만치 날라가고, 수시로 ‘띠용’ 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접점을 찾아간 결과물이 나왔죠."

그래도 포기하지 못한 장면이 있다. 이성민 배우가 맡은 재구가 악령 들린 사람들과 싸우면서 혓바닥을 낼름 거리는 장면은 주성치 영화 속 오맹달에 대한 오마주다.

왜 데뷔작으로 코미디 장르를 선택했는지 묻자 남 감독은 "웃으면 행복해지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혼자 방구석에서 넋놓고 보다가 허가 찔린 것처럼 웃기는 영화, 골방에서 데굴데굴 구를 수 있는 영화가 좋다"며 "앞으로 다른 장르를 찍더라도 코미디를 놓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지인들이 "딱 너 같은 영화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나를 닮은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 아닌가요."

영화 ‘핸섬가이즈’ 뉴 제공

◇"잔인하다고?…이 정도는 표현해줘야"

설정과 줄거리가 황당무계하고, 원초적인 웃음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분명 B급 영화이다. 그런데 뜯어보면 모든 상황이 술술 매끄럽게 넘어간다. 공들인 장면도 많다. 꽤 무서운 장면도 있다. 무엇보다 남 감독이 어릴 적 봤을 법한 호러 영화들의 향기가 군데군데 배어 있어 찾는 재미가 있다.

남 감독은 "한국 영화로는 만나기 힘든 신선한 영화란 점에서 책임감을 갖고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코미디를 기본으로 하되 호러면 호러, 스릴러면 스릴러 등 각 장르적 특성에 맞게 좋은 장면을 뽑아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우리 영화만의 톤을 잡는 거였어요. 너무 유치하지 않으면서 너무 심각해지지도 않게 균형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영화 ‘핸섬가이즈’ 뉴 제공

연기 대가 이성민·이희준의 앙상블은 훌륭하다. 특이한 설정이 가득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건 두 배우의 내공 덕분일지도 모른다. 놀라운 건 대학생 미나 역을 연기한 공승연이 두 배우 틈에서 주눅들지 않고 활약한다는 점. 미국 하이틴 슬래셔 무비 히로인의 전형성에 한국적인 설정을 가미했다. 파출소 경찰을 연기한 박지환과 이규형, 신부 역을 맡은 우현 등 조연들의 웃음 타율이 높다. 남 감독은 "이런 코미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들이 배우들에게 있었던 것 같다"며 "시나리오 이상으로 열심히 준비해줘서 난 거들기만 했다"고 말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관객의 취향에 따라 너무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좀 더 과감해도 좋았을 텐데란 아쉬움이 들 수도 있다. 남 감독은 "이 장르에서 이 정도는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보다 많은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수위 조절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우리 영화만의 매력과 색깔을 포기하면서까지 순화시킬 순 없는 노릇이었어요. 이 영화는 고심을 거듭한 그 접점입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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