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협약은 '자책골'"…美 전문가 "서방·韓 결집 초래"
블량쉐 CSIS 연구원 "북·러 밀착으로 中 혼란, 인도·태평양서 러 영향력 확대까지"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러시아가 북한과 맺은 군사 협약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방세계는 물론 한국, 일본 등의 결집을 더욱 촉진해 결국 러시아에는 역효과를 불러오는 '자책골'(Own goal)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24일(현지시간) KEI 홈페이지에 게재한 분석 글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폴란드를 통해 군수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지원하던 것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지원에 나선다면 푸틴과 김정은이 맺은 협약은 전략적 돌파구라기 보다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서기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약'과 관련 "푸틴은 평양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국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북한이 지원할 군수품의 범위와 종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추측했다.
북한과 러시아 간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협약은 어느 한 쪽이 침공을 받으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조약 체결에 앞서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몇 달간 함께 미국을 맹비난해 왔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및 미사일 확산 활동에 대한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려 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스나이더는 이같은 일련의 러시아와 북한의 행보를 소개하면서 "이런 상황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가능한 한 원활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라고 짚었다.
스나이더에 따르면 푸틴의 방북 일주일 전에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서 유럽연합과 영국 등은 이 같은 한국의 태도와 관련해 같은 이념을 가진 파트너로서의 신뢰성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한국의 연대를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일본에 비해 미온적인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럽 외교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한국이 서방과 더 큰 연대를 이루도록 미국이 왜 압박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스나이더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과 러시아 간 협약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다'라고 한 한국의 초기 대응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스나이더는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아울러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러시아에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스나이더는 "러시아에 맞선 한국의 조치는 러시아의 첨단 위성 및 탄도 미사일 기술 제공을 포함해 북한과의 군사 협력의 범위와 깊이를 가속함으로써 보복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배경에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를 지원하려는 한국에 주의를 주는 동시에 미국의 군사 전략에도 영향 미치려는 수단으로 우크라이나를 넘어 제2의 군사 분쟁 전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스나이더는 "윤석열 정부는 유럽 동맹국들과 인식과 접근 방식의 차이를 좁히고,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에 대응해 한미일 군사 공조를 더욱 강화해 이러한 위험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푸틴의 평양 방문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와 그 회의에 참석하는 미국, 일본, 한국 지도자들의 단합된 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나이더는 아울러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전례 없는 위협,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을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라이브 방송에도 출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시사한 것에 대해 "현시점에서 한국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로 진행된 이날 온라인 방송에는 시드니 사일러 한국 석좌 비상임 선임고문, 마리아 스네고바야 CSIS 유럽 러시아 및 유라시아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주드 블랑쉐 CSIS 중국 담당연구원 등도 배석했다.
주드 블량쉐 연구원은 이날 "김정은과 푸틴이 중국의 역내 관계에서 혼란을 만들었다. 중국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것에 대해 "베트남과 푸틴은 다른 옵션이 있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줬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고 믿었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푸틴은 높은 수준의 전략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푸틴은 베트남과 지속 가능한 안보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이었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은 대(對)북한, 대러시아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까지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이 북러 간 새로운 관계의 축을 끊으려고 할지,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를 우회할지, 아니면 모스크바-베이징-평양 간 삼각 동맹을 받아들일지 등인데 어떤 것도 중국에 좋은 옵션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강화와 관련, "중국은 당근만 있고 김정은이나 푸틴에 대한 채찍은 없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과 거래를 하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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