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퇴거 앞둔 쪽방민 도왔다" 서울시 해명 따져보니...주민들 "면피일 뿐"
이예원 기자 2024. 6. 25. 17:40
서울시 해명에 주민 측 "사실과 달라" 반박
김 씨는 옆방에 살던 70대 노인을 떠올렸습니다. 몸이 불편한 주민이었습니다. 건물주의 퇴거 통보를 듣고 노인은 방을 찾아 헤맸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고시원 문을 두드렸지만, 나이가 많아 방을 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합니다. 김 씨는 방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 노인을 떠올리며 결국 인터뷰 중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쪽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살다가 죽으면 그걸 처리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방을 못 준다고 했대요. 그 노인이 돌아와선 나한테 막 그러더라고. 나이 먹어서 방도 못 구하면 우리 어디 가서 사냐고. 눈, 비 피하는 곳만 있으면 되는데."
기존 퇴거 예고일인 20일은 이미 닷새 지났습니다. 건물주 측 관리소장은 고시원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달 30일까지로 (퇴거) 기한을 늘렸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남대문쪽방상담소 측에 따르면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지난 24일에도 세입자 한 명이 나갔습니다. 고시원엔 15명 남았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오늘 저녁에 한데 모여 어떻게든 대책을 논의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평온무사하게 이주했다"
김 씨를 비롯한 세입자의 사정을 다룬 어제 JTBC의 보도 이후 서울시는 오늘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30여 명의 취약계층이 어쩔 수 없이 쫓겨나게 되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건물주 측의 공고로 대부분의 입주자는 이주과정에서 마찰없이 평온무사하게 인근 쪽방이나 고시원으로 이주하였다'고 했습니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한 달도 안 되는 말미에 쫓겨나듯 떠난 이들의 이주가 평온 무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입주민들은 건물주의 퇴거 통보 이후 "말 그대로 우왕좌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20일 땡볕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모두가 평온 무사했다면, 피켓을 들고 가난한 이들의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외치는 자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 세입자들과 시민단체는 서울 중구와 인근 지역의 경우 재개발로 대부분의 쪽방이 철거됐거나 재개발이 예정돼 이사할 곳을 찾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쪽방이 아닌 곳으로 급하게 이사할 경우 동행 식권, 목욕권, 사회복지사 상담 등에서 제외돼 주거와 생활 수준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의 해명자료에 관해 시민단체는 '서울시는 면피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퇴거 예방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 달라'고 비판했습니다.
"6월 14일 금요일에 주민 모임을 마치고 서울시 담당자에게 연락했어요. 전혀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상황을 파악하고 17일 월요일에 전화를 주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월요일에 기다리다가 제가 1시 30분 정도에 다시 전화했어요. 법률 검토를 해보고 복지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건물주의 최초 퇴거 공지가 이뤄진 시점은 5월 25일입니다. 서울시 담당자와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 취재를 종합하면, 퇴거 요청 이후 일부 세입자들은 쪽방상담소를 통해 입주 상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엔 이 상황이 공유되지 않았고, 시민단체가 서울시에 직접 연락하기 전까지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쪽방인 만큼 더 적극적인 행정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건물주가 철거하든 리모델링하든 건물주 재량입니다. 다만 한 달 만에 안 나가면 단전, 단수하겠다는 퇴거 방식이 합법적인지는 다퉈볼 문제고요. 재산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근데 서울시는 다릅니다. 서울시 지정 쪽방 주민들이 합당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중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이 활동가는 〈서울특별시 쪽방주민의 복지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조례〉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했습니다. "서울특별시장은 쪽방주민의 주거환경 안전관리 및 기본적인 생활안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책무를 정하고 있다"라며 "건물주와 주민들 간 합리적 협의를 도출하고, 주거와 복지 수준의 하향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서울시가 할 일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폭염 취약지역' 속했지만 퇴거엔 무방비
서울시는 "건물주가 한 달 전에 갑자기 퇴거를 요청하였다"라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4년 2월 건물 노후화 이유로 퇴거를 요청하였으나 입주자들의 겨울철 추위 호소로 6월로 연기한 것"이라는 건물주 측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홈리스행동 측은 "확인해보니 5월 25일 이전에는 쪽방 주민은 누구도 퇴거 요구를 받은 적 없다"라며 "5월 25일이 되어야 건물 관리인을 통한 공지문과 개별 문자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시가 말한 법률 검토는 고시원 세입자들을 임대차보호법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서울시는 보도 전 취재진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고시원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다고 해서 거주하는 곳이 주택이라는 관점이 법원에서 인용될지 모르겠다"라며 "모호한 점이 있어서 법적 검토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홈리스행동 변호사 측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들의 거주 기간은 최소 2년 보장돼야 하고, 설령 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민법상 퇴거 통보는 최소 6개월 전에 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적 다툼을 떠나, 세입자들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세입자들은 서울시가 주민들을 직접 만나달라며 면담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를 통해 입주 알선, 이삿짐 수송 지원, 법률상담 지원을 요청했고, 이주 시 쪽방상담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지역으로 안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024년 폭염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고시원이 있는 회현역 일대는 온열질환 취약지역으로 분류해 미리 대응하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쪽방 주민들의 주거 문제는 챙기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
서울에 있는 쪽방은 언뜻 다 비슷해 보이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시의 '지정' 여부입니다. 서울시가 지정한 쪽방에 거주해야 식권이나 생필품 등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5개 지역, 건물 수는 268개 동, 3373실의 쪽방이 그 대상입니다. 대부분 취약계층입니다.
서울시 '지정' 쪽방인데 "방 빼" 날벼락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김모씨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중구 회현동의 한 고시원에 살고 있습니다. 이전에 살던 다른 고시원에서 건물주가 15일 만에 방을 빼달라고 통보해 겨우 찾은 집이었습니다. 좁고 협소하지만 김 씨에겐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특히 이곳은 서울시가 지정한 쪽방이기 때문에 하루 한 번 무료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고시원에 종이가 붙었습니다. 건물이 낡아 철거할 테니 방을 빼라는 건물주의 통보였습니다. 김 씨에겐 되풀이된 악몽이었습니다. 이달 20일까지 방을 빼지 않으면 물과 전기를 끊는다는 말에 세입자 절반인 20여 명은 제각각 어디론가 흩어졌습니다.
서울시 '지정' 쪽방인데 "방 빼" 날벼락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김모씨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중구 회현동의 한 고시원에 살고 있습니다. 이전에 살던 다른 고시원에서 건물주가 15일 만에 방을 빼달라고 통보해 겨우 찾은 집이었습니다. 좁고 협소하지만 김 씨에겐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특히 이곳은 서울시가 지정한 쪽방이기 때문에 하루 한 번 무료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고시원에 종이가 붙었습니다. 건물이 낡아 철거할 테니 방을 빼라는 건물주의 통보였습니다. 김 씨에겐 되풀이된 악몽이었습니다. 이달 20일까지 방을 빼지 않으면 물과 전기를 끊는다는 말에 세입자 절반인 20여 명은 제각각 어디론가 흩어졌습니다.
김 씨는 옆방에 살던 70대 노인을 떠올렸습니다. 몸이 불편한 주민이었습니다. 건물주의 퇴거 통보를 듣고 노인은 방을 찾아 헤맸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고시원 문을 두드렸지만, 나이가 많아 방을 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합니다. 김 씨는 방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 노인을 떠올리며 결국 인터뷰 중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쪽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살다가 죽으면 그걸 처리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방을 못 준다고 했대요. 그 노인이 돌아와선 나한테 막 그러더라고. 나이 먹어서 방도 못 구하면 우리 어디 가서 사냐고. 눈, 비 피하는 곳만 있으면 되는데."
기존 퇴거 예고일인 20일은 이미 닷새 지났습니다. 건물주 측 관리소장은 고시원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달 30일까지로 (퇴거) 기한을 늘렸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남대문쪽방상담소 측에 따르면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한 지난 24일에도 세입자 한 명이 나갔습니다. 고시원엔 15명 남았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오늘 저녁에 한데 모여 어떻게든 대책을 논의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평온무사하게 이주했다"
김 씨를 비롯한 세입자의 사정을 다룬 어제 JTBC의 보도 이후 서울시는 오늘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30여 명의 취약계층이 어쩔 수 없이 쫓겨나게 되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건물주 측의 공고로 대부분의 입주자는 이주과정에서 마찰없이 평온무사하게 인근 쪽방이나 고시원으로 이주하였다'고 했습니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한 달도 안 되는 말미에 쫓겨나듯 떠난 이들의 이주가 평온 무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입주민들은 건물주의 퇴거 통보 이후 "말 그대로 우왕좌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20일 땡볕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모두가 평온 무사했다면, 피켓을 들고 가난한 이들의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외치는 자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 세입자들과 시민단체는 서울 중구와 인근 지역의 경우 재개발로 대부분의 쪽방이 철거됐거나 재개발이 예정돼 이사할 곳을 찾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쪽방이 아닌 곳으로 급하게 이사할 경우 동행 식권, 목욕권, 사회복지사 상담 등에서 제외돼 주거와 생활 수준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의 해명자료에 관해 시민단체는 '서울시는 면피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퇴거 예방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 달라'고 비판했습니다.
시민단체 연락받고 인지한 서울시
시는 '서울시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상황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14일, 시민단체의 연락을 받고 나서입니다. 당시 직접 서울시에 전화를 건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절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는 '서울시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상황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14일, 시민단체의 연락을 받고 나서입니다. 당시 직접 서울시에 전화를 건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절박했다고 말했습니다.
"6월 14일 금요일에 주민 모임을 마치고 서울시 담당자에게 연락했어요. 전혀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상황을 파악하고 17일 월요일에 전화를 주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월요일에 기다리다가 제가 1시 30분 정도에 다시 전화했어요. 법률 검토를 해보고 복지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건물주의 최초 퇴거 공지가 이뤄진 시점은 5월 25일입니다. 서울시 담당자와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 취재를 종합하면, 퇴거 요청 이후 일부 세입자들은 쪽방상담소를 통해 입주 상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엔 이 상황이 공유되지 않았고, 시민단체가 서울시에 직접 연락하기 전까지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쪽방인 만큼 더 적극적인 행정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건물주가 철거하든 리모델링하든 건물주 재량입니다. 다만 한 달 만에 안 나가면 단전, 단수하겠다는 퇴거 방식이 합법적인지는 다퉈볼 문제고요. 재산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근데 서울시는 다릅니다. 서울시 지정 쪽방 주민들이 합당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중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이 활동가는 〈서울특별시 쪽방주민의 복지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조례〉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했습니다. "서울특별시장은 쪽방주민의 주거환경 안전관리 및 기본적인 생활안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책무를 정하고 있다"라며 "건물주와 주민들 간 합리적 협의를 도출하고, 주거와 복지 수준의 하향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서울시가 할 일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폭염 취약지역' 속했지만 퇴거엔 무방비
서울시는 "건물주가 한 달 전에 갑자기 퇴거를 요청하였다"라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4년 2월 건물 노후화 이유로 퇴거를 요청하였으나 입주자들의 겨울철 추위 호소로 6월로 연기한 것"이라는 건물주 측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홈리스행동 측은 "확인해보니 5월 25일 이전에는 쪽방 주민은 누구도 퇴거 요구를 받은 적 없다"라며 "5월 25일이 되어야 건물 관리인을 통한 공지문과 개별 문자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시가 말한 법률 검토는 고시원 세입자들을 임대차보호법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서울시는 보도 전 취재진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고시원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다고 해서 거주하는 곳이 주택이라는 관점이 법원에서 인용될지 모르겠다"라며 "모호한 점이 있어서 법적 검토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홈리스행동 변호사 측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들의 거주 기간은 최소 2년 보장돼야 하고, 설령 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민법상 퇴거 통보는 최소 6개월 전에 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적 다툼을 떠나, 세입자들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세입자들은 서울시가 주민들을 직접 만나달라며 면담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를 통해 입주 알선, 이삿짐 수송 지원, 법률상담 지원을 요청했고, 이주 시 쪽방상담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지역으로 안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024년 폭염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고시원이 있는 회현역 일대는 온열질환 취약지역으로 분류해 미리 대응하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쪽방 주민들의 주거 문제는 챙기지 못한 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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