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기로에 선 한·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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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러 관계는 1990년 수교 이후 보지 못해온 위기에 빠졌다.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신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북·러 조약은 사실상 북한의 도발과 침략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이것이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도 러시아는 북한으로 군사기술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암시와 신호를 많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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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포탄에 전략적 의미
러시아 北 지원 받으면서도
韓 우크라 지원은 견제 원해
전례없는 긴장관계 빠질 수도
지난주 한·러 관계는 1990년 수교 이후 보지 못해온 위기에 빠졌다.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신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 조약에는 1996년에 실효(失效)한 북·러 군사동맹을 부활하는 조항까지 있다.
한국 측은 거의 즉각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데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보낸다면 상응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렇게 된다면 한·러 관계는 전례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러시아의 반응을 보면 크렘린궁은 한국의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다. 왜 그럴까.
제일 먼저, 신조약은 1961년부터 1996년까지 존재했던 조·소 조약과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북한이 도발했을 때 소련이 동조한 적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중국과도 비슷한 내용의 조약을 이미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그 조항 때문에 북한의 남침이나 도발을 중국이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을 감안하면 러시아 측은 한국의 심각한 반응을 아마 예측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1961년 조약의 자동 참전 조항을 왜 부활시켰을까.
한국에서 새로운 북·러 조약은 사실상 북한의 도발과 침략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이것이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러시아의 목적은 미국과 그 동맹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 측이 보내고 싶은 신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많이 지원하기 시작한다면 러시아도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이 구조에서 존재하는 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차대전식의 참호전이 돼버렸기 때문에, 대규모 포탄 재고가 있는 남북한의 전략적인 의미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래서 러시아는 남한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때문에도 러시아는 북한으로 군사기술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암시와 신호를 많이 보냈다. 기본 메시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로 살상무기 지원을 시작한다면, 러시아는 보복 조치로 북한으로 군사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흥미롭게도 지난 6월 5일, 푸틴은 한국이 러시아를 많이 공격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신의 감사를 표시하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 현 단계에서 한국 측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검토에 대한 진짜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의 속마음일 수도 있고, 대러 외교적 압박 수단일 수도 있다.
현 단계는 러시아 측도 한국 측도 서로 심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수단은 대북 군사기술 이전이며, 한국의 수단은 대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이다.
어느 정도 지금의 한·러 관계는 미국 서부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신과 비슷하다. 서로 아무 때나 사격할 준비가 된 카우보이들이 대치하고 있다. 당연히 둘 다 등 뒤에 권총이 있다. 둘 다 싸우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지만, 상대의 도발을 무시한다면 자신의 인기에 심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싸움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양측 모두 매우 긴장한 상태로 아무 때나 즉각적으로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대결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우연한 움직임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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