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복합 취약점 드러낸 화성 화재 참사…'핀셋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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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리튬 일차전지 공장에서 사상자 30여명을 낸 참사가 발생한 뒤 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또 리튬 등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금속화재는 물이 아닌 마른 모래나 팽창 질소 등으로 진화해야 하지만, 소방법상 일반·유류·전기·주방화재 등과 달리 별도 유형과 기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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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경기 화성 리튬 일차전지 공장에서 사상자 30여명을 낸 참사가 발생한 뒤 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5일 40여명을 투입해 발화 장소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합동 감식을 벌였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소방청은 전지 제품 다량 적재 사업장 등 전국 213개 시설에 대한 긴급 화재 안전 조사에 들어갔다. 위험물 저장·취급 및 안전관리 규정 준수, 비상 탈출로 확보, 근로자 대상 화재 안전교육 여부 등을 파악해 화재 위험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와 책임 소재를 따지려 전담팀을 꾸렸고 행정당국은 유가족 심리 회복 및 장례 지원, 피해자 치료 등에 나섰다. 현장 안전 소홀은 물론 제도적 미비점까지 하나하나 따져 구멍을 메우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 사후약방문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 산업 현장의 복합적인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선두를 자처하고 있지만, 관련 안전 규정 등은 후진적이기 그지없다. 'K배터리'를 자랑하는 것이 무안할 지경이다. 예컨대 리튬 전지는 화재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이 없다. 또 리튬 등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금속화재는 물이 아닌 마른 모래나 팽창 질소 등으로 진화해야 하지만, 소방법상 일반·유류·전기·주방화재 등과 달리 별도 유형과 기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전용 소화기나 소화약제 개발도 어렵다. 휴대전화, 노트북, 전기차, 드론, 로봇,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사용이 일상화했음에도 관련 규정과 법규가 없다는 것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화학물질 화재 진화를 위한 소화약제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조기 성과를 기대한다. 관련 법규도 재정비하고 사용자 안전 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희생자가 대부분 중국, 라오스 등의 국적자라는 점에서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 관리 허점도 노출했다. 외신들도 한국의 외국인력 의존 심화 현상 등을 조명하고 있다. AP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공장직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저임금 일자리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12월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원청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청 노동자에게 떠맡기는 '죽음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인 바 있다. 이번 참사가 외국 국적 또는 이주 노동자에게 이런 위험들이 그대로 옮겨간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일용직 작업자는 언어 소통이나 작업장 구조 등에 익숙지 않아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때 대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작업 투입 전 피난 교육 등 사전 안전 조치 의무화 등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화재에서 교훈을 얻어안타까운 참사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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