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손자 모두 배터리 폭발에…“어떻게 찾니” 휘청이며 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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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새카맣게 타서 유전자 검사를 해 봐야 찾는단다야. 우린 아직 검사도 못 했단다. 미치겠다, 정말. 어떡하겠니."
사망자 신원 확인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이날 유가족들은 무작정 회사 앞, 병원, 경찰서 등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날 아침 회사 앞에 찾아온 중년 여성 3명은 "어떻게 찾니? 어디로 가야 해!"라고 절규하며 공장 앞 이곳저곳을 휘청거리며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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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확인 난항에 경찰-병원-공장 헤매
“하도 새카맣게 타서 유전자 검사를 해 봐야 찾는단다야. 우린 아직 검사도 못 했단다. 미치겠다, 정말. 어떡하겠니….”
25일 낮 12시 유가족 쉼터가 마련된 경기도 화성시 화성시청 모두누림센터 2층, 조카를 잃은 숙모의 절규가 복도를 울렸다. 이날 쉼터에는 종일 붉게 충혈돼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유족들이 전날 참사로 숨진 가족의 행방을 애타게 찾았다. 대부분 중국 동포였다. 한 중년 남성은 ‘어느 분이 돌아가셨냐’는 질문에 “우리 아들이…”라고 답을 하려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주노동자 18명을 포함해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튬전지 폭발 참사가 벌어진 지 하루 뒤, 가족의 죽음을 확인해야 하는 비통한 걸음이 화성 시내 주검이 안치된 병원과 경찰서, 화재 현장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이주노동자가 다수였던데다 주검의 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 확인과 유가족 연락이 이날까지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 88년생. 6월11일.” 유전자 감식을 받으려 화성 서부경찰서를 찾은 박아무개(36)씨는 애타게 찾고 있는 아내의 나이를 묻자, 아직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생일까지 중국 억양이 섞인 말투로 읊었다. 전날 오후 4시께 뉴스를 보고서 아내가 일하는 아리셀 공장 화재 소식을 알게 된 박씨는 아내와 인력업체(메이셀)에 급히 연락했지만, 끝내 소식을 들을 수 없어 “심장이 벌렁거렸다”고 했다. 그날 저녁부터 이날까지 화성 일대 주검이 안치된 병원을 돌아다닌 박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작게 말을 잇다가, 참사 이틀 전(22일)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전하는 아내의 메시지를 내보이며 표정을 고쳤다. “배터리 화재는 언제든 날 수 있는데,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안전교육을 해야죠. 비상사태 때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가르쳐줘야 하는데, 모르니까 안에서 다 죽은 것 아니에요.” 곁에 있던 지인들이 “일단은 집에 가서 쉬어야 한다”며 큰 소리로 그를 다그쳤지만, 그에겐 닿지 않는 모습이었다.
인근 인력사무소와 노동단체 말을 들어보면 사고 당시 아리셀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이들 상당수는 경기 안산·시흥 등에서 인력업체를 통해 모집된 이들이었다. 박씨의 동갑내기 아내도 이런 경로로 주변에 사는 지인 4명과 함께 아리셀에서 일자리를 구했다고 한다.
사망자 신원 확인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이날 유가족들은 무작정 회사 앞, 병원, 경찰서 등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날 아침 회사 앞에 찾아온 중년 여성 3명은 “어떻게 찾니? 어디로 가야 해!”라고 절규하며 공장 앞 이곳저곳을 휘청거리며 다녔다. 이번 사고로 종손자(누나의 손자) 둘을 한꺼번에 잃은 송아무개(66)씨는 가족 모두 중국 헤이룽장성(흑룡강성) 출신이라고 했다. 송씨는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열심히 살려 하는 마음, 공부하려 하는 마음이 기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윽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채윤 기자 cwk@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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