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지분 매각하면 네이버 미래 잃을 수도”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놓고 물밑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기술 주권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네이버 구성원들은 경영진이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면 네이버가 미래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대균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라인 외교 참사의 나비효과’ 토론회 발제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에 전 세계가 데이터 주권,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고 경쟁하고 있다”며 “이번 라인야후 사태를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주권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와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의원 4명이 공동 주최했다.
라인야후 사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라인야후에서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네이버가 2011년 출시해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 A홀딩스를 모회사로 둔 라인야후가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라인의 ‘일본 기업화’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태국, 대만을 비롯한 전 세계 라인야후 이용자는 2억명에 달한다.
윤 교수는 “라인은 서비스 분야에선 한국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지니스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라인의 기술적 역량은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가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라인야후 지배구조가 소프트뱅크로 넘어간다면 소프트뱅크는 라인플러스 핵심 기술 인력을 라인야후 본사로 배치하고, 라인플러스를 껍데기로 만드는 방식으로 기술을 탈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뿐만 아니라 어렵게 개척한 동남아 시장도 소프트뱅크가 가져가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 측면에서도 라인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서 싸우는데 정부는 무관심”
네이버 노조를 이끄는 오세윤 지회장은 “지금 라인야후 매각 이슈는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 지회장은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로 2500여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고 애써 만든 서비스와 기술을 통째로 빼앗길지 모른다는 좌절감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라인플러스를 비롯해 8개 라인 계열 한국법인 직원은 약 2500명이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 경영진,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대표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향해 “정치적 압박과 눈앞의 경영적 손실만을 따져서 매각이라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서비스뿐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열정을 잃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네이버의 미래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라인야후 사태는 단순한 기업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와 산업에 관한 이슈”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큰 잠재력이 있는 성장 분야를 뺏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네이버에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쳐 네이버 주주들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를 확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론화를 위해 애널리스트 시절 교류했던 해외 유력 경제지에 소식을 알렸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외교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이야기하느냐”라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라인야후 사태 관련 질의에 “네이버의 이익이 손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네이버가 국제적 기업 사이에서 법적 문제 또는 부당한 차별을 받는 부분이 나왔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채택됐던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불참했다. 과방위는 다음달 2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최 대표를 증인으로 다시 채택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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