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신도 못보고 장례식장 이리저리’…유족들 신원확인 지체 ‘울분’ [현장, 그곳&]

김은진 기자 2024. 6.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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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한 번만 보여주세요. 우리 딸은 제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요."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망자들의 소훼 상태가 심해 현재로써 신원 파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은 가족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채 장례식장 이곳 저것을 떠돌고 있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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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훼 상태 심각… 신원 파악 난항
유가족, 장례시장·시청 등 오가며
사고 가족 시신 찾기 위해 ‘발동동’
화성시 “심리 상담·지원책 모색”
25일 화재 현장을 찾은 유가족이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다. 김도균기자

 

“우리 딸 한 번만 보여주세요. 우리 딸은 제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요.”

25일 오전 9시30분께 화성중앙종합병원.

화재로 숨진 아내가 장례식장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곳을 찾은 박모씨(36·중국)는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 직원에게 아내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박씨에게 들려온 대답은 “신원 파악이 되지 않았고, 시청에 피해자 합동분향소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라"는 말뿐이었다. 힘겹게 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 곳에서도 아내의 행방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망연자실해진 박씨는 화성중앙병원 장례식장을 다시 찾았고 멀리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같은 날 오후 1시20분께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

전날 화재로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전해들은 최모씨가 이날 오전 장례식장 두 곳을 갔다 결국 이곳을 찾았다. 2010년 국내로 입국한 최씨의 딸 A씨(39)는 1년여간 이 공장에서 근무했으며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루 아침에 딸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은 최씨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며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최씨는 “우리 딸은 내가 알아 볼 수 있다. 우리 딸이 항상 하고 다니는 목걸이가 있는데 그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장례식장이 어딘지, 우리 딸이 어디에 안치돼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울부짖었다.

25일 사망한 딸을 보기 위해 장례식장을 두번 다녀온 유가족이 화재 현장을 찾아 호소하고 있다. 김은진기자

유가족 지원센터가 마련된 화성 모두누림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화재로 딸 엄정정씨(26)를 잃은 아버지 엄모씨는 어젯밤 퇴근 시간이 다 돼서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지구대를 찾았지만 위치추척을 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듣곤 화재 현장을 찾았고 피해자 명단에 자신의 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밤새 식음을 전폐하고 딸의 시신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먼저 간 딸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엄씨는 “지원센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 뭘 지원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하루가 지났고, DNA검사까지 했다는데 기다리라고만 말하는 것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망자들의 소훼 상태가 심해 현재로써 신원 파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은 가족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채 장례식장 이곳 저것을 떠돌고 있는 신세가 됐다.

25일 화성시청에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건 피해통합지원센터가 설치돼있다. 오종민기자

화성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유가족들은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전전하면서 흩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례식장을 찾아가도 신원 파악이 다 되지 않아 내 가족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돼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례식장에서는 “화성시청에 피해자통합지원센터와 합동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니, 그쪽으로 가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및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 합의해서 합동분향소 설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김도균 기자 dok5@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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