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소화기도 무쓸모…23명 목숨 앗아간 1000도 '열폭주' 막을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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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목숨을 뺏은 경기 화성의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근로자들이 초반에 소화기로 끄려다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며 또다른 참사를 방지하려면 배터리 공장마다 별도의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약제를 구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소방에 따르면 전날(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사 아리셀에서 난 화재를 초반에 근로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리튬 배터리에 붙은 불은 분말 소화기로 진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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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만에 연기 확산...인근 배터리로 열폭주
D급 화재...물, 스프링쿨러로 못잡아
마른모래, 질석도 한계…대체재 '폐유리 팽창글래스'
관련 설비 수십~수천만원...中企 위한 정부 보조 목소리도
23명의 목숨을 뺏은 경기 화성의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를 근로자들이 초반에 소화기로 끄려다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며 또다른 참사를 방지하려면 배터리 공장마다 별도의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약제를 구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소방에 따르면 전날(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사 아리셀에서 난 화재를 초반에 근로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공개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따르면 오전 10시30분 배터리에서 흰 연기가 나고, 근로자 몇명이 새하얀 분말 소화기를 분사했지만 불과 15초 뒤 주변에 있던 배터리들이 연쇄 폭발하며 불길이 커졌다.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배터리가 리튬이라 잘 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튬 배터리에 붙은 불은 분말 소화기로 진화할 수 없다. 리튬은 가연성 금속으로, 소방 당국도 리튬에 붙은 불은 D급 금속화재로 특별 대응한다. 배터리 내부에 불이 붙으면 양극과 음극을 구분하는 안전장치인 분리막이 녹아내려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이를 '열폭주(thermal runaway)라 하고, 주변의 배터리들도 짧은 시간에 같은 과정을 겪는다.
열폭주를 막으려면 배터리 주변의 산소를 차단해 불을 질식시켜야 한다. 배터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화재를 진화할 소화재로는 크게 '탄산 나트륨'과 '팽창 질석', 그리고 '폐유리 팽창글래스'가 쓰인다. 마른 모래도 질식소화를 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자연상태에서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한 모래를 분사하면 오히려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리튬은 화재 시 산소, 수소 등 가연성 가스를 분출하기 때문에 수분이 닿으면 불꽃이 튀어 폭발할 수 있다.
탄산 나트륨과 팽창 질석은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탄산 나트륨은 성능이 좋지만 비싸다. 아리셀 공장은 리튬 이온 일차전지를 3만5000여개 보관했다고 전해졌고, 해당 규모의 화재를 탄산 나트륨으로 진화하려면 수십억원이 소요된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팽창질석은 저렴하지만 성능이 떨어진다. 소방산업기술원의 실험 결과 약 1400도 이상의 열(熱)을 가했을 때 부글부글 끓고 유해가스도 배출했다. 리튬 배터리는 열폭주하면 온도가 1900도까지 오를 수 있다.
팽창글래스는 성능과 가격이 중간이다. 팽창글래스는 폐유리를 가열한 후, 특수 용액처리로 부피를 팽창시켜 만든다. 표면에 공기 구멍이 있어 배터리 화재 시 불길에 분사하면 열과 연기를 흡수해 불을 질식시킨다. 1900도 열도 견디고,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팽창글래스는 메토버와 인선이엔티의 자회사 인선모터스가 판매한다. 메토버는 소화기, 인선모터스는 폐전기차에서 배터리를 회수하는 기업이다. 메토버는 소화기 방식, 인선모터스는 불이 붙은 배터리를 덮는 패드와 이동형 컨테이너식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소화기 방식은 당장의 불길을 잡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리튬 배터리의 셀 여러개가 장시간 순차적으로 열폭주하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선모터스의 제품들은 불이 난 배터리 주변의 산소를 차단해 질식시키는 식으로 진화를 한다. 배터리에 불이 나면 패드를 덮거나, 배터리의 부피가 크면 컨테이너를 위로 옮긴 후 셔터를 닫아주면 된다. 셔터를 닫으면 컨테이너 상단에 있던 대량의 팽창글래스가 살포된다.
아리셀 화재는 건물 2층의 패키징룸에 배터리 완제품을 여러개 적재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 현재로서 배터리를 적재하지 말라는 공식 안전 규정은 없다. 인선모터스는 배터리를 3, 6, 9개씩 보관하다가 화재 시 셔터가 자동으로 닫히는 내화 특수 컨테이너 사업도 한다.
인선모터스는 본래 폐차 회사지만 2017년 사업 범위를 전기차로 확장했고, 2019년에는 환경부의 위탁을 받아 전기차 분리작업 안전 기준을 만들 정도로 리튬 배터리 안전에 전문성을 키운 회사다(관련 기사 : [르포]전기차 배터리, '이 회사' 손에 이차전지로…정부도 엄지척). 인선모터스 관계자는 "전날 화재로 팽창글래스 문의가 다량 접수됐다"며 "안타까운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배터리 보관 기준을 강화하고, 중소기업도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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