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탕감 공증까지 받았다’ 대한테니스협회 수장 복귀한 주원홍 “협회 관리 단체 지정 막아야” 목소리

이정호 기자 2024. 6. 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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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8대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당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6.25 연합뉴스



“이제 대한체육회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달라.”

제28대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에 당선된 주원홍(67)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 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려는 체육회의 움직임에 대해 관리 단체 지정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주 당선인은 25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사관학교 코트 문제로 8년간의 송사와 압류로 협회가 파행에 빠졌다. 내가 이전에 회장일 때 시작된 문제로 책임감과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선거에 나왔다”며 “어제 날짜로 협회 채무 문제를 해결했다. 회장으로 협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하는 등 선진화된 협회 운영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협회를 관리 단체 지정으로 압박하는 체육회의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주 회장은 채권자 미디어윌과의 채무를 탕감하는 공증 서류도 공개했다. 체육회가 최근 이사회를 통해 협회에 요구한 자료다.

주 회장은 경기인 출신으로 지도자를 거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6대 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협회는 정희균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사퇴한 뒤로 회장이 약 9개월째 공석 상태로,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 주 회장이 연말까지 28대 남은 임기와 이후 29대 회장 4년 임기까지 협회를 이끈다.

그러나 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려는 체육회와 갈등의 골이 깊다는 변수가 남았다. 체육회는 선거 후보자의 스포츠 윤리위 조사, 감사원 감사 등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예정했던 협회 보궐선거를 막아 왔다. 특별한 문제점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보궐선거가 ‘무기한’ 연기되자 테니스인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5월에는 체육회가 미디어윌에 지고 있는 협회의 46억원의 채무까지 문제 삼아 관리 단체 지정을 심의했다.

협회는 채권자인 주 회장의 동생 미디어윌 주원석 회장이 협회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결정을 내려 관리 단체 지정 위기를 넘겼다. 그럼에도 체육회는 채무 탕감 공증을 받아 제출하는 조건으로 관리 단체 지정 1개월 유예 조치를 했을 뿐 보궐선거 재개를 막았다. 선거 직전에도 체육회에서 선거 중단 요청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선거를 강행했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8대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당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6.25 연합뉴스



협회 정상화대책위원회 김두환 위원장은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관리 단체 지정을 처리하고 있다”며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협회 정상화까지 2년이 넘게 걸린다. 새 회장 체제에서 우리 스스로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회는 선거를 앞두고 “관리 단체 지정 관련 1개월 유예 기간이 다 지나지도 않은 시기에 체육회와 상의 없이 회장 선거를 재개하는 것은 회원종목 단체 규정 등 위반에 해당한다”며 관리 단체 지정 절차 재개 등 조처로 압박했다. 아직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주 회장은 첫 과제로 체육회와 매듭을 풀어야 한다. 주 회장은 “이기흥 회장과는 어제 잠시 통화했는데 바쁘다고 해서 나중에 통화하기로 했다. 체육회와 잘 대화해서 풀어보겠다”면서도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당선인 신분은 취소된다. 그러면 채무를 탕감하기로 한 공증도 무효가 된다. 우리로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 소송 등으로 맞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테니스협회 김석찬 회장은 전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체육회 개편 시사 발언에 “체육계 전체의 자율성·자주성을 침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유감을 표명한 체육회 가맹 회원종목단체인 대한체육회경기단체연합회 상황을 떠올리며 “체육회 역시 종목 협회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보장해달라. 우리는 체육회가 요구한 모든 것을 해결했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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