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룡 연구 200년, 일본은 했고 한국은 하지 못한 것

이병철 기자 2024. 6. 25. 17: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는 최초의 공룡 종(種)에 이름이 붙은 지 정확히 200년이 되는 해다.

뒤늦게 공룡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전략적인 투자로 지금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됐다.

일본 후쿠이현은 우리로 치면 도 수준의 광역자치단체인데, 한국 정부도 못한 적극적인 투자로 공룡 연구와 관광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최초의 공룡 종(種)에 이름이 붙은 지 정확히 200년이 되는 해다. 공룡학은 다른 연구 분야와 비교해 확연히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과학자가 주목하는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다. 우주와 함께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과학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기술 강국인 한국은 공룡 연구에서 여전히 변방에 있다. 제대로 된 공룡박물관 하나 없고,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공룡 화석 발굴을 하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공룡 화석은 모두 우연히 발견됐지, 정식 발굴을 한 것은 아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다르다. 뒤늦게 공룡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전략적인 투자로 지금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됐다. 일본 후쿠이현은 우리로 치면 도 수준의 광역자치단체인데, 한국 정부도 못한 적극적인 투자로 공룡 연구와 관광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현립 공룡박물관이 있는 후쿠이현의 가쓰야마시는 인구 2만8000명의 작은 도시지만, 세계 3대 공룡박물관 덕분에 매년 9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 설립부터 함께 했던 요시카즈 노다 자문연구원은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의 성공을 묻는 질문에 “풍부한 연구 자원과 연구를 할 수 있던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박물관이 연구는 뒷전으로 하고 전시에만 신경 썼다면 관람객들은 수십년 동안 같은 전시물만 봐야 했을 것”이라며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이 지금처럼 인정받을 수 있던 것은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공룡 화석을 전시할 국립자연사박물관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여러 지자체가 공룡과 관련한 관광지를 만들고 박물관도 세웠지만, 제대로 된 볼거리나 아이들을 위한 체험거리도 마땅치 않다. 공룡 화석이나 발자국 유적이 많은 경남 고성군이나 전남 여수시에 가쓰야마시의 기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우리도 가쓰야마시의 기적을 따를 수 있는 자원은 얼마든지 있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같은 세계적인 공룡 연구자도 있고, 조선비즈의 취재로 확인된 여수 대륵도처럼 대규모 공룡 뼈 화석 유적도 있다. ‘아기공룡 둘리’의 나라인 한국은 공룡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도 적지 않다.

유일하게 부족한 건 정부의 투자와 지자체의 아이디어다. 한국은 생태학, 동물학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불모지다. 심지어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비주류인 공룡 연구자들은 연구비조차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생긴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숨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지자체들이 공룡을 내세운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지어 놓고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공룡은 매력적인 과학 연구 분야인 동시에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템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조금만 생각을 바꿔도 대한민국 공룡 연구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지방 소멸 시대에 여러 지자체를 살릴 수 있는 구원 투수가 될지도 모른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