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이정도면 진심…롯데리아, '고추튀김' 맛집이었다

김아름 2024. 6. 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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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리단길 3탄 '우이락 고추튀김' 출시
청주 매운만두·부산 깡돼후 이은 제품
롯데리아의 우이락 고추튀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무근본 버거집

롯데리아는 수십년 간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시장 1위 자리를 지켜 온 브랜드다. 80~9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아마 첫 햄버거의 추억을 롯데리아와 함께 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가 깊으니 추억도 많다. 몇 차례고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이어졌던 '라이스버거'부터 전국을 강타한 유행어를 남긴 '크랩버거', 롯데리아 하면 생각나는 '데리버거'까지 롯데리아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니들이 게맛을 알어"라는 카피로 유명한 롯데리아의 크랩버거 CF/사진=롯데리아 유튜브 캡처

물론 롯데리아에 따라붙는 좋지 않은 수식어도 많다. 그 중 하나가 '햄버거가 가장 맛없는 버거 브랜드'라는 인식이다. 맥도날드와의 2파전 시절은 그나마 나았지만 이후 다양한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롯데리아는 맛없는 버거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다. 롯데리아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매장 수에서 나오는 접근성이라는 분석이 일견 타당해 보였다.

그랬던 롯데리아가 달라지고 있다. 햄버거 브랜드의 주 고객인 1020이 롯데리아에 갖고 있는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등 초호화 버거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이 시장에서 '버거 전문점' 타이틀을 안고 가기보다는 메뉴를 다양화하며 '무근본 버거집'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번으로 가리지 못할 만큼 큰 크기의 돈까스를 통으로 넣은 '왕돈까스 버거'나 오징어 한 마리를 다리까지 넣은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가 '버거집'으로서 무근본이었다면,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지역 특화 디저트 시리즈는 버거집이라는 정체성까지 버린, 그야말로 '무근본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는 메뉴다. 

롯데리아의 청주 매운만두/사진=비즈워치

지난해 7월 '청주 매운만두'를 시작으로 11월엔 부산 깡통시장의 '깡돼지 후라이드'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명 '롯리단길' 프로젝트다. 메뉴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 상생이라는 ESG 콘셉트까지 입혔다. 매운 만두와 깡돼후는 모두 100만개 이상 팔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롯데리아가 선보이는 3번째 롯리단길 디저트는 고추튀김이 메인 메뉴인 한식주점 우이락과 손잡은 '우이락 고추튀김'이다. 커다란 고추 속을 고기로 채우고 두 번 튀겨낸 게 특징이다. 과연 롯데리아의 무근본 행보는 이번에도 MZ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롯데리아의 우이락 고추튀김을 맛봤다. 

무근본 속 근본

롯데리아가 내놓고 있는 무근본 디저트의 공통점은 모두 튀김 제품이라는 점이다. 청주 매운 만두는 반달 모양의 고기만두를 튀겨낸 튀김만두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는 깡돼지후라이드와 우이락 고추튀김 역시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만두나 고추튀김 같은 한식 요리가 햄버거와 어울릴까 싶지만 원래 햄버거는 감자튀김이 늘 사이드로 따라붙는다. 

튀김이니만큼 조리 동선도 절약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라면 반드시 구비해야하는 튀김기 한 켠을 이용하면 추가 설비나 조리도 필요없다. 청주 매운만두의 매콤한 소스와 고추튀김의 알싸한 맛은 감자튀김보다 더 햄버거에 어울리는 맛이기도 하다. 매운 맛이 없는 깡돼지후라이드의 경우 감자튀김과 함께 또다른 인기 사이드 메뉴인 치킨너겟을 대체하는 메뉴다. 아무렇게나 나온 메뉴는 아니라는 뜻이다.

롯데리아의 우이락 고추튀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여기에 프랜차이즈의 장점도 접목했다. 다양한 '소스 배리에이션'이다. 롯데리아는 원래 양념감자가 가장 맛있는 브랜드로 유명했다. 양념 파우더와 소스에는 일가견이 있다. 이번 우이락 고추튀김 역시 다양한 소스와의 조합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칠리마요소스가 함께 제공되고 이밖에도 치즈·어니언·실비김치맛·멕시칸칠리 등 4가지 시즈닝 조합을 즐길 수 있다. 

우이락 고추튀김의 첫인상은 '크다'였다. 입이 짧은 사람이라면 한 개만 먹어도 허기를 면할 수 있을만한 크기다. 속에는 다진 고기와 야채가 꽉 차 있어 씹는 맛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고추의 알싸함이 느끼함을 덜어 줬다. 두 번 튀겨내 바삭하다고 자랑한 튀김옷도 장담대로 바삭함이 살아 있었다.

우이락 고추튀김을 주문하면 주문 후 8~9분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튀겨낸다는 의미다. 먹기 전에는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맛을 본 후엔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전집에서 내는 고추튀김보다 낫다. 

기본 제공되는 칠리마요소스 외에도 롯데리아가 추천하는 4가지 시즈닝 조합을 모두 시도해 봤다. 개인적으로는 새콤한 맛이 킥이 되는 실비김치맛 시즈닝을 제외하면 고추튀김과 조합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치즈와 어니언 시즈닝은 고추튀김의 묵직한 맛에 눌려 의미가 없었고 멕시칸칠리도 맛이 약했다. 베스트 조합은 기본 제공되는 칠리마요다.

롯데리아의 우이락 고추튀김 단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앞선 청주 매운만두와 부산 깡통시장 깡돼지후라이드는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구성 대비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평이 많았다. 메인 메뉴가 아닌 버거와 함께 주문하는 사이드 메뉴이기에 더 그랬다. 이번 우이락 고추튀김은 1개 3400원이다. 실제 우이락에서도 3개 세트가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치즈스틱이나 치킨너겟 등 다른 사이드 메뉴와 비교하면 다소 높지만 메뉴 완성도를 생각하면 간신히 'OK' 버튼을 누를 수 있을 정도다. 

다만 롯데리아는 우이락 고추튀김을 '롯리단길 서울편'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전국 3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한 프랜차이즈인 우이락과의 협업 제품을 '지역 상생'이라는 카테고리로 판매하는 게 적절한 지는 의문이다. 향후 롯리단길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지역 상생보다는 기업과의 협업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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