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저출생 정책의 근본을 찾아서

2024. 6. 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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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정 부연구위원

(서울=뉴스1) =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68명, 2025년 0.65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치들은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 이동을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시나리오에 기반하고 있어, 실제로는 훨씬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급속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 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 추정 및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2022년 대비 34.75% 감소하여 국내총생산(GDP)이 28.3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존 정책을 평가·분석하고 재구조화하여,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을 최저임금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더불어 아동수당 지급 기한을 17세까지 늘리면서 급여액도 둘째아나 셋째아 이상에 각각 15만원과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인구 특임장관 도입, 인구 전담 부처 신설, 복지부 장관의 인구 부총리 격상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법령과 정책 수립 시에 '인구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거나 범정부 차원에서 인구정책 예산을 별도로 계상하는 '인구특별회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인구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이번에는 효과를 발휘할까?

얼마 전,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대인 데 대해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경고했던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의 노동 문화가 저출생 현상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필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라고 꼽았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상적인 노동자' 모습을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가 아닌 가정과 양립할 수 있는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터에 늘 있는 것이 이상적인 노동자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꼭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 한국이 겪고 있는 초유의 저출생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처방은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촘촘하고 구체적이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는 방식으로 저출생 관련 정책이라 분류되는 다양한 정책을 손보는 것이 제3자가 보았을 때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에도 정부의 노력은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으로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구성하기보다는 이미 다양화·세분화되어 있는 개별 정책들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의 접근은 기존 정책이 만들어놓은 비합리의 골을 더욱더 깊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2012년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언론을 장식했다. 당시 한국의 인구 규모는 세계 25번째, 소득 2만 달러 이상 국가 중에서는 일곱 번째에 해당했다. 12년이 지난 2024년 대한민국 인구는 5,175만 1,065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급속한 저출생에 의해 2075년이면 국가가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어쨌든 아직은 인구 5000만명 시대인 것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저출생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누구도 아직은 다가오는 미래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어서, 기존 정책들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방식 정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가파른 인구감소를 완화할 수 있을까? 그동안 착실히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중앙정부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관련성이 있는 모든 정책을 정리해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둘러앉아 저마다의 견해를 밝혀 크고 작은 개선과제들을 도출하고 실행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확인했다. 이제는 지금 아니면 내가 속한 공동체가 소멸한다는 절실함으로 사회의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일이 개인의 일상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도록, 그래서 일 이외의 다른 것들에도 충분히 시간을 쏟고 만족감을 얻고 그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 내 일상의 중요한 한 축이 되도록, 그리하여 그 여유로운 시간을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부담 없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회. '한강의 기적'을 향해 내달려 온 한국 사회의 기준에서는 느긋하고 한가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저출생 정책의 근본은 어쩌면 이런 느긋함과 한가함이 지배하는 일상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채정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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