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구서 6·25 행사 첫 참석···지지층 잡고 대북 강경 메시지도 내고?
“북한 지구상 마지막 동토” 비판
부산 찾아 미 항공모함도 탑승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대구에서 열린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임기 중 처음으로 6·25전쟁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2주 연속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은데는 전통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추가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는 전략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기념식에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우리 국민의 삶을 든든하게 지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를 “비열하고 비이성적인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 군은 어떠한 경우라도 북한이 대한민국을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도발에 압도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더욱 굳건하고 강력해진 한·미 동맹을 토대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자유와 평화를 더욱 단단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 한·미·일 등 ‘가치공유국’들과의 공동 대응을 대북·안보 정책의 기반으로 삼는 정부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힘에 의한 평화’ 기조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는 말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힘과 철통같은 안보태세야말로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퇴행의 길을 고집하며 지구상 마지막 동토로 남아있다”며 “정권의 안위에만 골몰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와 유사하다. 지난 6일에도 북한을 “암흑의 땅”이라고 표현하며 오물풍선 살포를 “비열한 방식의 도발”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임기 중 첫 6·25전쟁 기념식 참석은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는 무대로 기념식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지율 하락세를 막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대구가 전쟁 초기 33일간 임시수도였던 점을 근거로 삼았지만 TK지역의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게 소구하려는 뜻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안보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보수 지지층들에게는 더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경북 지역에서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시어도어 루즈벨트 항공모함도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미국 항공모함에 승선한 것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대북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히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 항공모함을 “강력한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공약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하고“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의 동맹은 그 어떠한 적도 물리쳐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윤 대통령과 함께 6·25전쟁 기념식 후 열린 TK 참전 유공자 초청 위로연에 참석했다. 별도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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