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시총 288조 증발…美 엔비디아 너무 올랐나

이한림 2024. 6.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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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위 등극 후 3거래일 만에 13% 급락
2000년 시총 1위 시스코 폭락한 '닷컴 버블' 소환도

24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시총)이 하루 만에 288조원 증발했다. 끝 모를 상승으로 전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한 직후 나타난 일로 투자자들의 충격을 더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폭락에 닷컴 붐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가 1년 만에 '닷컴 버블'로 주가가 80% 폭락한 인터넷 장비업체 시스코를 소환한다. 엔비디아가 '피크아웃(정점에 이른 뒤 상승세 둔화)'에 이르렀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는 6.68%(8.46달러) 내린 118.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 135.5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MS와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른 후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결과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12.8%다.

3조 달러를 넘긴 시총도 급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엔비디아 시총은 2조9370억달러로, 하루 만에 2080억달러(288조원) 내렸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던 시총 순위도 2계단이나 미끄러졌다.

엔비디아는 그간 글로벌 증시에 강하게 불어온 AI 반도체 훈풍을 타고 강세를 보였다. 주가는 올해만 140% 넘게 올랐으며, 지난달 22일 회계연도 1분기(2~5월) 실적 발표 후에 한 달 만에 30% 상승하는 등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설립 3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이름을 올린 성과로 투자자들의 주목도를 높였다.

엔비디아의 폭발적 상승세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주가 국내 증시를 주도하도록 앞서 이끌었다.

24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6.68% 내린 118.11달러 장을 마감하면서 시총 순위에서 2계단 밀려난 3위로 추락했다. /AP.뉴시스

그러나 엔비디아가 급락하자 AP통신 등 외신은 'AI 거품론'을 다시 제기하기 시작했다. AP통신은 24일 "엔비디아가 지난주 MS를 제치고 월가에서 가장 가치 있는 주식에 오른 후 하락세를 보인다"며 "AI 열풍이 너무 과열돼 주식 시장의 거품과 투자자들의 지나친 기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주가 추이에 웃음 짓던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도 요동치고 있다. 엔비디아 주주들은 엔비디아 종목 토론방 등에서 "추가 매수 기회다", "많이 묵었다 아이가", "익절 타이밍이다", "솔직히 조금 불안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낸다.

급기야 일부 주주들은 2000년 3월 시총 1위에 오른 시스코가 이듬해 닷컴 버블 사태로 80%가량 폭락한 기억까지 꺼내오면서 우려를 더한다. MS나 애플을 제외하면 촉망받던 기술업체가 장기간 시총 1위를 유지하던 기업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른 사례는 역사적으로 손꼽혔기 때문에 불안감을 더한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이번 급락이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결과로 보고 있다. 황순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부자 매도세가 부각돼 조정을 유발했다는 것이 중론이다"고 했고,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 하락 이유는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 회계연도 내년 2분기부터 실적 성장세 기저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내부 거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고 해석했다.

26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주주총회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26일 예정된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실적발표와 같은 날 엔비디아 주주총회 이후에야 반도체 업종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밸류에이션 수준을 정당화하며 추가적 상승 모멘텀을 발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고 분석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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