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은 진실화해위 조사 대상 아냐"

최다원 2024. 6.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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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파병된 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사건을 진실 규명 대상에서 배제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결정은 적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 당사자인 응우옌 등은 2022년 4월 진실화해위에 하미마을 학살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과거사정리법에는 사건 발생 지역을 국내로 한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피해자 측은 "진실화해위의 각하 결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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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상 사건은 입법 목적 벗어나"
피해자 측 "우릴 조롱하는 판결" 규탄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진실화해위의 신청 각하 취소 소송'에서 패소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베트남에 파병된 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사건을 진실 규명 대상에서 배제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결정은 적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재판부 결론에 강한 유감을 드러내며 항소 입장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응우옌티탄 등 5명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신청 각하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25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청이 과거사정리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진실 규명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 당사자인 응우옌 등은 2022년 4월 진실화해위에 하미마을 학살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하미 사건'은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해병대 청룡부대가 현지 민간인 135명을 총격해 살해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전원위원회에서 4 대 3 의견으로 하미 사건을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쟁 당시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규명 대상이 아니다"란 의견과 "국가 책임 여부가 중요하다"는 반박 사이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조사 반대' 쪽에 표를 던진 결과였다.

이어진 행정소송에서 쟁점은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전쟁 시 발생한 사건'이 진실화해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됐다. 진실화해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과거사정리법에는 사건 발생 지역을 국내로 한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피해자 측은 "진실화해위의 각하 결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진실화해위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사정리법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권 침해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기관이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기 쉽지 않은 반면, 피해자들은 소송 등 다른 방법으로 권리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의 목적은 왜곡·은폐된 진실을 밝혀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원고들 주장대로라면 규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외교적 갈등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즉각 판결을 규탄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는 "한국말도 못하는 베트남 노인에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으라는 것은 피해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원고들과 상의해 다시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한 응우옌은 "과거의 진실을 인정받고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랄 뿐인데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한을 버릴 수가 없다"면서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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