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아성 넘볼 만한 당사자 증언의 강력한 호소력('이말꼭')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6.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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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꼭’, 스토리텔링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새로 시작된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이하 이말꼭)>는 스토리텔링 예능이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을, 이야기 전달 형태로 충족시켜준다. 교양 프로그램 성격이 강한 예능의 한 장르로 이야기 전달은 대개 출연자들의 구술과 재연으로 끌어간다.

최근 예능의 한 장르로 큰 인기를 끌면서 지상파 종편 케이블 가리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그 유행의 일등공신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다. 코로나 비대면 시기에 스토리텔러-리스너가 술자리 잡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들의 대면 소통 욕구를 크게 자극해 인기를 끌었다.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계속 사랑을 받으면서 다른 채널들이 뒤이어 스토리텔링 예능을 선보이게 만들었다. <이말꼭>도 최근 23년간의 라디오 진행을 마무리해 화제가 된 김창완을 MC로 중심에 놓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스토리텔링 예능 대세 대열에 합류했다. 김창완은 조곤조곤한 말투로 세상사와 그에 관련된 통찰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던 DJ로 유명했다.

많은 후발 스토리텔링 예능은 <꼬꼬무>를 형식적으로 뒤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넘어서기 위한 차별점을 찾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유행 초반에는 <꼬꼬무>처럼 유명인들로 꾸려진 스토리텔러와 리스너의 구조를 채택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차별화를 위해 경찰들을 등장시킨 경우가 늘어났다. E채널 <용감한 형사들>이나 KBS <스모킹건>처럼 방송의 소재가 되는 사건을 수사 및 법집행 과정을 통해 체험한 경찰들의 육성을 듣는 방식이다.

경찰이 직접 출연하는 스토리텔링 예능들은 사건과 무관한 연예인과 셀럽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했던 <꼬꼬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전했다. 아무래도 전문 방송인들이 아니라 연예인들의 토크보다는 좀 어눌한 단점은 있지만 사건 현장을 경험하고 사건 당사자들을 대면해 수사한 형사들의 증언은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말꼭>은 형사 출연 스토리텔링 예능에서 한 발 더 전진한 느낌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지만 아예 사건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판을 짰다. <꼬꼬무>를 함께 했던 최삼호 PD가 만든 <이말꼭>은 <꼬꼬무>를 계승하면서 그걸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는 듯하다.

사건의 당사자라고 하면 가해자 아니면 피해자이다. '이말꼭'은 첫 회부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성년자 시절 엄마를 살해하고 법적 처벌을 마치고 나온 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가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중심에 놓은 스토리텔링 예능은 사실상 처음인 듯 싶어 신선했지만 당연히 범죄자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아들의 살해 동기가 엄마의 지독한 아동학대라서 다른 의견도 존재했다.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첫 회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자극적인 소재를 채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 말미에 아들이 '현재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홀로 해결하려다가 자신과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기를 바라면서 방송에 나오게 됐다'는 말로 '이말꼭'은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런 의도라면 충분히 아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방송을 해볼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방영된 2회에서는 청주 우암 아파트 붕괴사고에서 생존한 남매를 보살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특히 남매와 서로 다시 만나고 싶어했던 생선가게 아주머니와의 30년 만의 재회는 큰 감동을 전했다.

사건 당사자의 증언이 갖는 남다른 호소력의 <이말꼭>은 MC 김창완의 설득력 충만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서동주(1회), 이대호(2회) 등 해당 사건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리스너의 리액션 등이 잘 어우러져 2회 만에 근래 가장 기대되는 스토리텔링 예능으로 급부상했다.

당사자의 증언을 근간으로 한 스토리텔링 예능은 단점도 있다. 사건 당사자가 살아 있고 방송에도 출연할 만한 상황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하려면 다양한 소재를 다루기 힘들다. 그럼에도 약점들을 극복해내고 1, 2회에 보여준 인상적인 폼을 계속 유지해 스토리텔링 예능을 언급할 때면 <꼬꼬무>와 함께 회자되는 클래스의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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