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3개월 연속 뛰는데,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2달 연기
자영업자 부담 가중·PF 연착륙 조치에
최종 3단계 도입은 잠정 7개월여 순연
"가계부채 관리 더 어려워질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돌연 두 달 연기했다. 서민·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택거래 회복과 대출금리 인하로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2단계 도입 시점이 늦어지고 3단계 도입도 내년 7월까지 밀리게 됐다. 최근 주택거래 회복과 대출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부동산 수요를 부추겨 가계대출 문제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 DSR 제도가 오는 9월부터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까지 확대된다. 현행 기본 스트레스 금리(1.5%)의 25%를 적용하던 것도 9월부터 50%로 확대된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도입 시기가 2개월 늦어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서민·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임형준 금융위 거시경제팀장은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모든 차주가 아니라 고(高) DSR 차주의 한도가 감소한다"며 "2금융권에서 스트레스 DSR이 47~50%에 해당하는 비율이 약 15%로 분석돼 이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경우 스트레스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리하락에 따른 대출한도 확대효과를 제어할 수 있는 만큼 스트레스 DSR의 효과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도입 이후 신규취급분에 대해, 신용대출은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번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으로 금융당국은 차주별 DSR 최대 대출한도가 △은행권 및 제2금융권 주담대의 경우 변동형·혼합형·주기형 대출유형에 따라 약 3~9% 수준 △은행권 신용대출은 금리유형 및 만기에 따라 약 1~2% 수준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스트레스 DSR로 인해 실제 대출한도가 제약되는 고 DSR 차주 비중은 약 7~8% 수준인 만큼 90% 이상 대부분의 차주는 기존과 동일한 한도의 금리를 적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늦어지면서 현재 늘어나는 가계대출 잔액에 제동을 걸 장치가 무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두 달 정도는 미룰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3단계 최종 실시를 더 많이 연기했는데 이는 원래 취지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고 최근 또 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을 스트레스 DSR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시장에서는 이미 7월부터 도입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가산금리가 붙기 전에 담보대출을 서둘러 받자는 기대 심리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4조원대 불어나는 등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주요 시중은행 금리 하단이 2%대까지 하락할 만큼 금리가 낮아진 데다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직전 '막차 수요'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지금 어려운 자영업자는 이미 부채가 많은 분들"이라며 "적극적으로 채무를 조정하고 다른 업종 전환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스트레스 DSR 적용 유예로 이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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