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12년 만에 폐지 수순

이명선 기자 2024. 6.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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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76명·반대 34명·기권 1명으로 시의회 통과…조희연 교육감 곧 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키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25일 서울시의회에서 폐지안이 의결돼 제정 12년 만에 결국 폐지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곧 대법원에 폐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시의회는 25일 제324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재석의원 111명 가운데 찬성 76명, 반대 34명, 기권 1명이었다. 시의회는 총 111석으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3분의 2이상(75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지난 4월 26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해 이날 재상정됐다. 폐지안 첫 통과 이후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72시간 천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선 더불민주당 소속 김경 의원은 "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허구이자 지나친 과장"이라며 "4월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 인권 달성 정도가 1이 증가할 때마다 교권 존중 정도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생인권이 인권교육 시킬수록 알면 알수록 교사도 존중하더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학생 역시 온전한 주체로서 보장받아야 하고 교원 역시 마찬가지"라며 "(교원에 대한 존중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또는 축소 조정을 통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권보호를 위한 시책을 강화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찬성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소속 김혜영 의원은 우선 "적법하게 의결한 폐지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서울시교육청에 유감"이라며 "대체 몇 번인가. 다섯 번째 재의 요구다. 조희연 교육감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10여 년을 돌이켜보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합의되지 않은 항목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포함시켜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해왔고 견제 장치를 미비하게 해 그릇된 인식을 유도하는 등 오늘날의 교육 현장을 황폐화시켜왔다"며 "다른 교직원 등이 누릴 권리에 대한 존중은 빠진 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6개 중 4곳에서 개정 폐지가 나타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의 통과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일 발표한 '제3기 학생인권 종합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학생인권 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 근거가 학생인권조례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제3기 학생인권 종합계획은 학생의 참여권 보장,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호, 기초학력 보장 지원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후 서울, 광주, 충남 등 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으로,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충남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3월 19일 충남도의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폐지안이 가결돼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먼저 폐지됐다. 이후 충남도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재투표가 실시됐으나 역시 재통과됐다. 도교육청은 지난 4월 24일 대법원에 조례 효력에 대한 본안 소송을 냈으며, 대법원은 지난 5월 30일 이를 인용해 조례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됨에 따라, 조 교육감은 곧 대법원에 폐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앞서 충남교육청이 낸 집행정치 신청을 받아준 것처럼 대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월 25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2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과 관련해 발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폐지안 통과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등교육학부모회 여미애 씨는 "도대체 인권을 지키자는데 이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논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냐. 우리의 공론의 장이 얼마나 수준 낮은지 체감하고 있다"며 "세상에 인권을 지키자는데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2024년 한국 그리고 90만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개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의 효능을 운운하며 교권과 대립시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며 "인권의 증진 정도를 수치화 계량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데 그런 이유를 들어 학생인 학생인권조례 10년, 그 성과와 한계를 논하기도 전에 인권조례 자체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아무리 다시 들어도 궤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에 대한 내용을 조례가 아닌 법률로 성문화해 인권침해하는 모든 혐오,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재호 시민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교원이 교원지위법을 통해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학생들은 학교내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보호를 받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구제절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학교현장에 적합한 권리구제절차가 없다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혐오세력과 일부 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법적 절차나 민원제기 등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권리를 구제하여 더 많은 갈등을 초래하거나 혹은 부당한 상황에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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