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애’, 파격과 클리셰의 사이[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6.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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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 포스터. 사진 SBS



보통 연애 리얼리티라고 하면 그 긴장감의 원천은 ‘선택’에 있다. 이 선택의 주체는 출연자이고, 객체는 역시 상대 출연자다.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긴 하지만 연애 리얼리티의 본질은 ‘누가 누구와 잘 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일이다. 출연자들은 원하는 상대와 잘되고 싶어서,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MC들은 원하는 상대와 이어지는 일을 보고 싶어 애가 닳는다.

그런데 SBS에서 새롭게 방송을 시작한 ‘신들린 연애’에서의 ‘선택’은 조금 다르다. 선택의 주체는 출연자가 아닐 수 있다. 그가 모시는 ‘신령’일 수 있고, 그가 내놓는 점괘일 수 있다.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진 ‘사주’일 수 있다. 선택의 객체는 상대의 마음이 아니다. 과연 가슴이 뛰는 상대가 맞는지, 점사(점괘로 푸는 일)의 결과가 맺어주는 상대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이미 화제가 된 것처럼 ‘신들린 연애’는 신점, 사주, 타로 등의 수단으로 다른 이의 미래를 예지해내는 무당, 역술가, 타로이스트들이 주인공이다. 남의 운명만 점쳐주던 이들이 연애를 앞두고 자신의 미래를 점친다. 보통 점술가들은 자신의 미래를 점사하지 않는다. ‘알아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단념의 의미가 절반이고, 그들이 점사를 하는 이유가 자신의 안녕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SBS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 MC 신동엽과 유인나. 사진 SBS



하지만 ‘신들린 연애’는 자신의 연애운을 놓고 가슴이 뛰는 상대와 자신이 점사한 상대가 다를 때 오는 점술가들의 내적갈등을 소재로 삼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로 예능과 교양의 선을 묘하게 오간 경험이 있는 김재원CP와 자연 다큐 ‘고래와 나’로 내공을 쌓은 이은솔PD는 특수해 보이지만, 그 역시 평범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점술가들의 ‘딜레마’를 다룬다.

겉으로 보이는 프로그램의 재미는 여러군데에 있다. 이들은 얼굴도 보기 전에 미리 생년월일 그리고 오방색과 12간지를 결합한 육십갑자를 통한 ‘일주동물’로 대략 상대를 점친다. 그리고 만나자마자 서로의 본관이나 고향을 묻는다. 그리고 서로의 선택을 맞추거나, 자신의 짧은 운명을 맞춘다. 이러한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자 신동엽, 유인나, 유선호 등으로 구성된 MC들은 단말마의 짧은 탄식밖에 내놓지 못한다.

SBS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의 한 장면. 사진 SBS



이러한 독특한 접근과 다르게 형식은 굉장히 평이하게 흘러간다. 서로 어색한 첫 만남을 갖고 AI 스피커의 지시로 첫인상을 선택한다. 그리고는 저녁에 다시 한번 그날의 호감가는 상대를 최종선택하고 이는 문자로 개개인에게 전송된다. 그리고는 다음날 데이트를 시작하는 식이다.

결국 제작진의 ‘딜레마 탐구’의 의도가 드러나려면 선택 과정에서 출연자의 내적인 갈등이 훨씬 잘 드러나는 구성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다른 프로그램과 같이 출연자 간의 신경전이나 밀고 당기기가 강조되고, 이들의 신념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면 그저 ‘무속의 탈’을 쓴 평범한 연애 리얼리티가 되고 만다.

SBS 연애 리얼리티 ‘신들린 연애’의 한 장면. 사진 SBS



‘신들린 연애’는 일단 참신한 설정을 평범한 형식에 뒤집어씌워 화제성을 얻었다. 결국 그 결말의 참신함이 이들의 색다른 접근법과 접근의도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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