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후순위채까지 '노크'…불법 판매 우려도

김세관 기자, 박수현 기자, 홍재영 기자 2024. 6. 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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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그래픽=이지혜
올들어 개인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발행하는 자본성증권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길고 되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금융채라는 안정성과 함께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다. 영구채이지만 5년후 콜옵션이 대부분 시행된다.
보험·증권사 후순위채 투자에 개인투자자 참여↑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진행된 롯데손해보험의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권(이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총 2120억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조달규모를 1400억원 규모로 증액해 28일 후순위채를 찍기로 했다. 총 2120억원의 주문 중 1000억원 가량이 개인 수요를 노린 증권사들의 물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매각 본입찰을 앞둔 채권 발행 흥행에 성공했다"며 "회사 매각 이후 채권가격 상승 기대감이 개인들에게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둔 롯데손보는 조만간 매각 본입찰을 추진한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도 이를 앞두고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후순위채를 발행한 현대해상도 총 3000억원 모집에 1조296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발행을 5000억원으로 늘렸고, 15% 가량이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후순위채 발행 금액을 더 늘렸으면 개인 비중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예상한다.

보험사들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후순위채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달과 이달 각각 3000억원과 1600억원을,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3700억원을 발행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이자가 높음에도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건 자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라며 "과거엔 자본성증권 수요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였지만 최근엔 개인투자자들도 전자공시 등으로 개별 회사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접하고 창구에 개별 회사를 지목해 매수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도 해마다 'UP'…불법 투자모객 경계해야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들어 증가하고 있는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2조원을 넘겼다.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021년만 해도 4조5675억원 수준이었다. 2022년 20조6113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7조56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가 다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22조원을 넘긴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박스권인 국내 증시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갈곳을 잃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돌고 돌아 후순위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본다. 다만, 최근 개인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투자자를 모객하는 실태가 파악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오는 26일부터 증권사의 개인투자자 대상 채권 판매 영업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검사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리테일 채권 영업 실태 점검을 위해 현장검사를 한다.

일부 증권사들이 온라인상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기관을 통해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증권신고서 수리 전에 미리 채권을 판매하는 방식의 영업을 해왔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같은 영업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법 제119조에 따르면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은 발행인이 그에 대한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 수리되지 않으면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금융당국은 채권 판매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에 따르면 투자성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투자성 상품의 내용과 투자에 따른 위험을 설명해야 한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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