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 세계 양자기업 일산에 모였다…퀀텀코리아 2024 개막

고양(일산)=이병철 기자 2024. 6. 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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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킨텍스서 25일부터 27일까지 개최
IBM 비롯해 전 세계 60여곳 전시 참여
“양자기술 상용화 단계…2차 양자혁명 진행 중”
25일 오전 '퀀텀코리아 2024' 행사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전시장.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기업·기관·대학 60여 곳이 참석했다./고양=이병철 기자

“200큐비트(qubit)급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모형을 가져 와 전시하고 있다. 유럽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미 판매하는 모델로 한국에도 실제 양자컴퓨터를 가져올 계획이다. 앞으로 포스코, LG 같은 대기업과 협력하려고 한다.”

2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퀀텀코리아 2024′ 행사장에 마련된 프랑스 기업 파스칼의 부스에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이 몰려 있었다. 안드레아 젠틸 파스칼 양자모델유닛장은 전시 중인 양자컴퓨터 모형을 가리키며 “실제 양자컴퓨터를 축소한 전시용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파스칼은 2019년 알랭 아스페 파리 스칼레대 교수가 창업한 프랑스 대표 양자컴퓨터 기업이다. 아스페 교수는 2022년 양자역학 연구 성과를 인정 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세운 파스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양자컴퓨터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기존 컴퓨터는 전자가 없거나 있는 것을 0과 1, 즉 1비트(bit) 단위로 표현한다. 이에 비해 양자컴퓨터의 단위는 0과 1 상태가 중첩된 큐비트이다. 일반 컴퓨터가 2비트이면 00, 01, 10, 11 네 가지 중 하나가 되지만, 2큐비트는 네 가지가 동시에 다 가능하다. 만약 큐비트가 300개라면 우주의 모든 원자 수보다 많은 2의 300제곱 상태가 가능해 컴퓨터 능력이 획기적으로 커진다.

구글은 이미 2019년 단 53큐비트 양자컴퓨터로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릴 문제를 3분 만에 해결했다. 젠틸 유닛장은 “해외에서는 자동차기업, 은행도 양자컴퓨터를 도입하고 있다”며 “주로 고성능 컴퓨팅센터를 구축하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퀀텀코리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처음 개최한 행사다. 올해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양자 연결(Quantum Connect)’을 주제로 진행된다. 이날 행사에는 파스칼뿐 아니라 IBM, 아이온큐 같이 최정상급의 양자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 연구기관, 대학 63곳이 참석했다.

프랑스 양자컴퓨터 기업 파스칼이 퀀텀코리아 2024 행사에서 전시한 양자컴퓨터 모형. 파스칼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교수가 창업해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고양(일산)=이병철 기자

이날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와 양자내성암호 시스템을 선보인 IBM 부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존 컴퓨터에 사용하는 암호 체계는 양자컴퓨터로 손쉽게 뚫을 수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라는 창을 막아내는 방패에 해당한다.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로 양자내성암호를 뚫는 데에는 수십억년이 걸린다.

IBM 부스를 관람하던 한 대학생은 “대학원에서 양자컴퓨터를 전공하고 싶어 정보를 얻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며 “아무래도 IBM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고 생각해 어떤 연구를 하면 장래가 있을지 힌트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표창희 IBM퀀텀 사업본부장은 “양자컴퓨터를 사용한 해킹 위협을 해결할 양자내성암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세상이 양자컴퓨터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양자컴퓨터 시스템인 ‘퀀텀 시스템 투’도 선보였다. 133큐비트 성능의 양자처리장치(QPU) 3개를 사용해 높은 성능을 갖췄다. 여러 시스템을 결합해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표 본부장은 “퀀텀 시스템 투를 여러 개 붙여 10만 큐비트 규모의 양자 슈퍼컴퓨터를 만든다는 구상도 있다”고 소개했다.

퀀텀코리아 2024 관람객들이 IBM의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 모형을 지켜보고 있다. IBM은 이날 양자내성암호 시스템과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전시해 큰 관심을 받았다./고양(일산)=이병철 기자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가 창업한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의 QPU를 선보였다. 구글, IBM이 초전도 상태인 전기회로의 두 가지 상태로 큐비트를 표현한다면, 아이온큐는 양전하나 음전하를 띠는 원자인 이온을 활용해 큐비트를 표현한다. 아이온큐 관계자는 “36큐비트 급이지만 크기가 작다는 점이 우리 기술의 강점”이라며 “지금은 1개만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개발됐으나 추후 QPU 2개를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 통신 3사로 불리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각각 부스를 마련하고 각각 연구 중인 양자 기술을 선보였다. 양자표준기업인 SDT는 양자컴퓨터를 제어하는 모듈 시스템을 전시해 주목 받았다.

이날 오전부터 입장한 관람객들은 오후가 되면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전등록을 한 관람객만 25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코리아에서 총 입장객이 35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양자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1년 전보다 더 뜨거워진 셈이다.

이날 미카일 루킨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특별강연과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 가수 이장원씨가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개막식 이후에는 육·해·공군과 양자 분야 연구자들이 참가하는 주제 발표와 토론도 열렸다.

김재완 퀀텀코리아 조직위원장은 “1차 양자혁명이 정보를 담을 그릇을 만드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정보 자체에 양자역학 원리를 적용하는 2차 양자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인 양자기술 상업화가 시작되는 가운데 한국도 전 세계와 손잡고 표준화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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