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 유가족에 "운명"이라는 '하나회' 출신 장군···"중대장 구속하면 軍 망해"

예비역 중장 “중대장 구속하지 말라···무고한 책임 지우는 것”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에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를 실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구속된 가운데, 예비역 장성이 구속을 반대하며 “구속을 하면 군대 훈련이 없어지고 국군은 패망한다”고 주장했다.

문영일 예비역 육군 중장은 지난 21일 예비역 장성 모임 대한민국성우회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서 문 전 중장은 “우선 순직 병사의 명복을 빌고 그 부모님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노력을 다한 훈련 간부들을 군검찰이나 군사법 체계가 아닌 민사법체계가 유달리 훈련 중의 순직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함과 동시에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는 또 “훈련시킨 중대장이나 부중대장에서 형법상의 죄는 없다”며 “강한 부대는 얼차려 규정에 없다 하여 훈련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병사의 순직은 단순히 얼차려 훈련으로, 그리고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 없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왜 모든 기관을 임무를 끝낸, 자기 조치를 다한 중대장에게 무고한 책임을 지우려 하나”고 했다.

문 전 중장은 “기본적으로 평화 시 군대는 ‘훈련 때 땀 한 방울은 전시에 피 한 바가지를 절약한다’는 각오로 실전과 같이 훈련해야 한다”며 “훈련 중 그 모든 사고 예방 조치를 다 하였으나 불가항력으로 순직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고귀한 희생, 즉 위국헌신의 순직으로 예우하고 국가적 조치를 다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생자의 가족들은 우선 혈육지정으로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고통을 당하면서 난감하기 그지없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 생각하시라”며 “그 부대 전원과 국군 전부, 그리고 국가의 위로를 받으며 한동안의 실망을 극복하시고 위국헌신해 국군충혼 전당에 설 순직용사를 봐주시기를 전 국민은 기도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문 전 중장은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군인권센터가) 국군을 적대시하며 이 사건에 개입해 어느 시정 사이비 반군단체보다 앞서 폭로성 보도자료를 남발하면서 위국헌신하는 중대장의 위신, 즉 간부 간부의 위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권센터는 국군의 발전에는 전혀 무관하게 국군의 사건·사고에 기름을 붙고 즐거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중장은 육군사관학교 14기로 하나회 명단에도 이름이 나온 바 있다. 그는 제7공수여단장과 1군 사령부 부사령관, 국가안보회의 국가비상기획위원회 부위원장, 군사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국가안보전략사상사학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후 5시20분께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박모 훈련병이 숨졌다. 훈련 중 쓰러진 박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 받았으나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지난 21일 해당 군기훈련을 실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업무과실치사와 직권남용혐의로 구속됐다.

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