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강의 안들으면 승진 불이익?…공무원 동원 논란에 대리출석 의혹도

강정의 기자 2024. 6. 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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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아산시장 26일 ‘고불 인문학’ 강연 진행
“70% 이상 이수하지 않으면 승진 대상 제외”
시민연대 “시민 우롱하고 우상화 위한 강연”
고불 인문학 제7강 홍보 포스터. 충남 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시가 ‘승진’ 필수조건을 내세워 시장 등이 강연자로 참여하는 특정 프로그램에 공무원들을 참여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자신을 우상화하는 데 공무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5일 아산시에 따르면 박경귀 아산시장은 26일 시청에서 열리는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그리스 인문학의 지혜’를 주제로 강연한다.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는 박 시장 취임 이후인 2022년 말부터 아산시가 시민과 공직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열고 있는 행사다. 지난해 20차례에 걸쳐 행사가 진행됐고, 26일 강연은 올 들어 일곱 번째 행사가 된다.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에 박 시장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행사가 논란을 빚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승진 때문에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5급 승진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특강 프로그램 전체 횟수의 70% 이상을 이수하지 않으면 승진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승진을 앞둔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진행된 20차례의 특강에는 연인원 3888명이 참가했는데, 이 중 84%(3263명)가 공무원이었다. 강연은 평일 오후 3∼5시에 진행된다.

천철호 아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공무원을 옭아매려는 강제성이 짙은 부적절한 강연”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강연에는 공무원 24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공무원 참석 인원은 강연마다 평균 200여명”이라며 “업무에 바쁜 일부 팀장들은 팀원을 대신 보내 대리출석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반강제적으로 공무원들을 동원해 행사를 여는 것에 비판적이다. 박민우 아산시민연대 대표는 “공무원을 동원해 자리를 채우고 강연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본인(시장)을 우상화하기 위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시민을 위해 일할 시간에 공무원을 강의에 참여시키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6급 이하 공무원은 무조건 80시간의 의무 교육을 이수하게 돼 있고, 교육 내용과 운영은 시장의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며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받아야하는 교육의 일환인데 교육을 받지 않으면 승진에 불이익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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