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는 '플레이어2', 패턴 드러나자 무뎌진 타격감을 어찌할꼬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6. 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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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이 보이자 긴장감도 사라진 ‘플레이어2’

[엔터미디어=정덕현] 누군가에게 붙잡혀 묶인 채 힘겨운 신음을 토해내는 강하리(송승헌). 그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다 사실이고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단 하나의 거짓도 없어." 누가 봐도 위급한 상황에 몰려 있는 주인공이고 그러니 시청자들은 안타까움과 긴장감이 커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tvN 월화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이하 플레이어2)>을 보는 시청자들은 다른 느낌을 갖는다. 과연 저게 진짜일까? 저것 또한 강하리가 하고 있는 연기(혹은 사기)는 아닐까. 그가 "단 하나의 거짓도 없다"고 하는 말이 오히려 의심스럽다. 여기에 "오늘 밤까지 약속한 500억을 가져오지 않으면... 명선생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모두다 죽어. 모두 다."라고 말하는 순간 시청자들의 긴장은 풀어진다. 그건 누가 봐도 그 목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세사기로 서민들을 절망의 끝으로 몰아넣는 명선생(이수혁)을 속이기 위해서다. 그를 속여 사기친 돈을 다시 가져오게 만들고, 그를 잡아넣은 후 그 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려는 강하리의 계획을 이제는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눈치챈다. 이처럼 속고 속이는 사기를 통해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빌런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이야기를 담은 <플레이어2>는 바로 그 속고 속인다는 전제가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즉 이미 속이겠다고 작정을 하고 있으니(이건 빌런들을 속이겠다는 것이면서 동시에 시청자들도 속이겠다는 뜻이다) 시청자들도 속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바라보게 되고, 강하리 일당이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일종의 트릭이자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해내게 된다는 점이다. 극이라는 것이 결국 시청자와의 약속인지라, 그 약속을 깨는 것으로 반전의 효과를 가져오는 이 작품의 성격은 바로 그 특징 때문에 시청자들이 갈수록 상황을 믿지 않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도 점점 더 강도 높은 방식의 트릭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하리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심지어 칼로 찔리는 상황까지 보여주고, 나아가 명선생을 속이기 위해 강하리가 진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드는 상황까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야 명선생도 또 나아가 시청자들도 속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세 그것이 트릭이었다는 게 또 밝혀지면서 맥이 풀린다. '역시 그랬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긴장감도 갈수록 사라지게 되는 이유다.

사실 이처럼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여러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뭉쳐 모종의 사건을 벌이는 케이퍼물은 단 한 편으로 끝까지 봐야하는 영화 같은 경우에는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2>처럼 매주 방영되는 드라마라면 새로운 소재들이 반복되면 갈수록 그 흥미가 깨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그 패턴이 읽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이 나오면 그걸 믿어야 그 다음에 반전이 가능한데, 몇 번 패턴을 본 후라면 시청자들은 그 장면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래서 반전도 맥이 풀릴 수밖에 없다.

드라마로서 끝까지 몰입감을 이어가게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시청자들이 이전 사건으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파악하고 그걸 다음 사건에서는 오히려 뒤집는 방식을 끝까지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시청자들에게는 이들이 하는 행위들이 빌런들을 속이기 위한 작업이라는 걸 밝힌 후 함께 그 작업에 동승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반전의 효과는 떨어지게 되겠지만.

<플레이어2>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활용하려고 하고 있지만 명선생 에피소드 같은 경우처럼 그 패턴이 읽히는 전개는 아쉽다. 별로 효과가 없어 보이는 반전이라면, 아예 진짜 속내를 드러내놓고 빌런을 무너뜨리는 타격감에 더 집중하는 건 어떨까. 남은 에피소드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끌고 갈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아쉬움이 더 크다. 모쪼록 후반부 에피소드에서는 아쉬움을 뒤집을 수 있는 반전을 볼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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