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가족사, 연애사 판박이”…정지돈 소설에 전 연인 ‘반발’
“실제 삶과 비슷한 내용으로 아픔 겪었다면 미안…하지만 몇몇 모티프 만으로 도용이라고 할 순 없어”
정지돈 작가가 과거 연인 관계였던 여성의 인생을 무단으로 소설에 인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지돈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로 인해 전 연인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삶을 도용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3일 독서 유튜버 김현지(활동명 김사슴)씨는 자신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정지돈 작가의 작품 ‘야간 경비원의 일기’와 ‘브레이브 뉴 휴먼’에 자신의 사생활이 인용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7년부터 전 연인에게 심각한 스토킹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정지돈 작가와 교제하게 됐다. 두 사람은 2019년 초 헤어졌다.
김 씨는 정 작가와 교제하면서 끊임 없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후 자신의 이야기가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고 적었다. 그는 “소설을 읽고 저는 혼란스러웠다. 저에 대한 사실과 그가 만들어낸 허구가 온통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소설에 등장하는) ‘H’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며 “제가 소설을 읽으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에이치’는 분명 나인데 나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스토킹 가해자가 간접적인 말로 협박할 때 법적인 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처럼”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과 대화를 나눴고, ‘창작의 권리’와 충돌한다는 답을 들은 후 해당 사태를 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또 다른 소설에 쓰인 것을 발견했다는 김 씨. 그는 지난 4월 지인으로부터 정지돈의 신작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을 당장 확인해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소설에는 ‘권정현지’라는 인물이 두 명의 남자와 쓰리썸을 하고 있는 장면을 주인공 ‘아미’가 목격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김 씨가 자신과 관련됐다고 주장한 ‘H’ 역시 다소 성애적인 묘사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는 “이름이 현지일뿐더러, 제 가족사가 등장한다. 얄팍한 소설적 비유를 거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랑을 잘 모르는 어머니에게 헌신하고 가족을 유지해 보려고 평생 노력했던 저의 삶, 그러니까 사귀던 시절 정지돈에게 들려주고 보여준 제 이야기와 일치한다”고 했다.
김 씨는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저는 정지돈에게 이메일을 보내 문제를 제기했다. 전화했더니 차단돼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가 공개한 이메일 캡처본에 따르면 정 작가는 “이 이름, 캐릭터 모두 너와 관련이 없다. 권김현영에서 따와서 변형한 이름이고 현지라는 이름이 흔한 편에 속해서 오해가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간 경비원의 일기’ 속 ‘H’에 대해선 “가능한 변형을 했고, 그 내용을 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마음이 바뀌었다면 사과하고 절판해야 할 것”이라고 수긍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그는 사과 한마디 없이 제가 ‘과거에는 허용했던 것을 이제와 마음이 바뀐 사람’ 취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가 정지돈에게 사안에 대한 인정과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자신이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설로 인해 김 씨가 받았을 고통에 대해 사과한다며 “제 의도와 무관하게 김현지씨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야간 경비원의 일기’의 내용으로 김 씨가 받은 받은 아픔에 대해 사죄한다”며 “제 부족함 때문에 김현지씨의 고통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는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출판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겠다”며 “‘브레이브 뉴 휴먼’ 또한 출판사와 협의 하에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는 ‘김현지 씨 삶을 도용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몇몇 모티프만으로 개인의 삶이 도용됐으며 소설 속 인물이 실제 인물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 그는 “사과로 마음이 풀린다면 몇 번이나 사과할 수 있고 출고 정지와 같은 요구도 모두 수용하겠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정지돈 작가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김용익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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