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양현종 그 후’ 김도영 20-20 달성, MVP 입후보… 현시점 레이스는 KIA 집안 싸움?

김태우 기자 2024. 6. 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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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영은 24일 현재 시즌 74경기에서 타율 0.341, 20홈런, 56타점, 71득점, 101안타, 2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10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20-20 등 상징성 있는 기록들을 제법 남겨 임팩트 측면에서도 유리한 레이스를 벌일 수 있다. ⓒ곽혜미 기자
▲ 네일은 24일 현재 시즌 15경기에서 91⅔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2.26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고 투수 경쟁이 치열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네일은 조금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도영(22·KIA)은 올해 리그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선수 중 하나다. 4월 한 달 동안 10홈런 이상, 10도루 이상을 동반 달성하며 KBO리그 역사상 이 대업을 달성한 첫 선수로 기록됐다. 그리고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20 클럽 달성에 성공하며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졸 3년차 선수로 데뷔 당시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나온 선수다. 데뷔 시즌 적응기를 거친 김도영은 지난해 부상이라는 큰 악재를 딛고 공·수·주 모두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는 조짐을 뚜렷하게 내비쳤다. 그리고 올해는 자신의 잠재력을 대폭발시키며 한국 야구를 이끌어나갈 선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지금 성적도 뛰어난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점은 무시무시하다.

김도영은 올해 타격 대다수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부상 없이 뛴다면 생애 첫 타이틀 홀더에도 올라갈 여지를 남기고 있다. 지금까지 기록은 누적과 비율 모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김도영은 24일 현재 시즌 74경기에서 타율 0.341, 20홈런, 56타점, 71득점, 101안타, 2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10을 기록 중이다. 그렇게 뛰어났다는 이정후의 고졸 3년 차 시즌도 이 정도 폭발력까지는 아니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어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도전할 만한 페이스라는 평가가 많다. 지금 성적만 놓고 보면 이는 전혀 과장된 예상이 아니다.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김도영은 24일까지 3.54를 기록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멜 로하스 주니어(kt·3.41), 김혜성(키움·3.16), 기예르모 에레디아(SSG·3.01)까지 총 4명만 누적 WAR 3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김도영이 으뜸이다.

현시점에서 MVP 후보를 알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또 다른 말로 돌리면 김도영이 현시점 MVP 후보가 아니면 다른 선수들도 아니라는 말이 된다. 게다가 성적은 물론 ‘임팩트’도 있다.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동시 달성, 그리고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와 역대 세 번째로 적은 경기 수에 20-20을 달성했다는 점은 분명 큰 메리트다. 현재 페이스상 유력해 보이는 30-30을 달성한다면 그 자체로 MVP 입후보나 다름없다. 같은 값이라면 팀 성적이 좋은 것도 유리한데 KIA는 현재 리그 1위 팀이다.

쟁쟁한 타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MVP는 투수도 봐야 한다. 그리고 투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도영의 팀 동료인 제임스 네일(31)이다. 네일은 24일 현재 시즌 15경기에서 91⅔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2.26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록으로 보나 인상으로 보나 현시점 최고 선발투수가 네일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는 쉽지 않다.

네일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원태인(삼성·2.93)과 적잖은 차이가 난다. 전반기 잔여 일정에서 뒤바뀌기는 쉽지 않은 격차다. WHIP(이닝당출루허용수)에서도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이닝에서 애런 윌커슨(롯데)과 윌리엄 쿠에바스(kt)에 이어 3위다. 탈삼진에서도 리그 4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서도 리그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팀을 이끄는 에이스라는 타이틀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 화려했던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마지막 MVP 수상자로 남아 있는 양현종. 양현종은 2017년 20승을 달성하며 MVP에 올랐지만, 그 이후 KIA는 MVP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일 역시 치열한 경쟁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IA는 야수 쪽에서는 김도영, 투수 쪽에서는 네일이라는 꽤 유력한 MVP 후보들이 입후보를 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표가 양쪽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야 할 일이다.

KBO리그 최고 프랜차이즈라는 평가를 받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MVP들을 만들어냈다. 1985년 김성한을 시작으로 1986년 선동열, 1988년 김성한, 1989년과 1990년 선동열, 1994년 이종범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1980년대 말의 MVP 투표는 말 그대로 해태의 잔치였다.

이후 한동안 MVP가 나오지 않다 2011년 윤석민이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MVP를 차지했다. 팀 이름을 KIA로 바꿔 단 이후 첫 MVP 배출이었다. 그 계보는 2017년 양현종이 이었다. 양현종은 당시 31경기에서 193⅓이닝을 던지며 20승을 달성해 MVP까지 내달렸다.

양현종 이후 KIA에서 아직 MVP에 도달한 선수는 없었다. 최근 3년은 강력하거나 근접했다는 이미지를 주는 선수도 없었다. 근래 MVP 투표 방식은 투수와 타자 모두 주요 부문 타이틀(투수 6개 부문, 타자 8개 부문) 수상자는 자동으로 MVP 후보가 되고 이후 KBO 사무국과 한국야구기자회가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추가한다. 2022년은 도루 타이틀자인 박찬호, 그리고 나성범이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과 거리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단 한 명의 후보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이 반환점을 돈 채 일단 두 명의 선수가 MVP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수상 여부와 별개로 이 발걸음이 끝까지 이어져야 팀이 1위를 지킬 수 있고, 정말 마지막까지 집안 싸움이 된다고 하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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