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 “‘삼식이삼촌’ 부담감 多, 촬영 전 병원투어 하며 약 받아놓기도”[EN:인터뷰①]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진기주의 주여진은 어떻게 탄생됐을까.
진기주는 6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삼식이 삼촌'(각본/감독 신연식) 종영 인터뷰에서 주여진 역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짚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
진기주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배우, 사람으로서 가진 이미지가 여진 캐릭터와는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숙하고 무르익은 느낌, 멋있는 어른의 이미지를 가만히 서있었을 때 외적인것만으로 담기에는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제 안에 쌓아야 서 있었을 때 다른 이미지가 되는 게 필요하겠더라. 저를 많이 빼는 노력을 했다. 저는 초딩스러운 사람이라서 그런 걸 계속 빼내는 작업을 했다"며 "저는 빈티지 소품, 피규어,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수집하고 보면 미국마트에서 파는 4, 5세 사용 권장 물건이었더라"며 "촬영 기간에는 구경도 안 하고 구매도 안 했다. 자세도 바르게 고치려고 노력했다. 평상시 텐션도 낮추려는 노력을 했다. 혼자 나름 고군분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절에는 타자기였는데 너무 잘하고 싶은 거다. 타이핑을 하는 인서트를 찍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몇 번 안 주시더라. 배우가 만족할 때까지 하면 하루종일 할 것 같아서 한두번밖에 안 시켜주시더라. 또 극 중 여진의 캐릭터로서라면 중간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신이지만 아이템 회의하는 신들이 있었다. 각종 시위들에 대해 스크랩해서 스쳐지나가듯 하는 대사가 있는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바라봤을 때는 그때의 치열하고 격렬했던 삶에 집중하는데 그 순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선이 다르지 않을까 했다. 일상속에 일어나는 일들이지 않을까 해서 객관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여진 또한 꿈과 야망이 큰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진기주는 "아버지를 도왔던 것도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고 어린 동생들을 볼 때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훨씬 풍요롭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산과도 정서적 교류가 깊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을 활용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현시키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지키는 것 또한 야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칫 심심해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흥미롭게 보이려 고민한 부분으로는 "감독님과 농담으로 했던 것도 '이 작품에서 정상인 사람은 유일하게 주여진 한 명'이라고 그랬다. (심심해보일 수 있겠다는 건)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가장 두려운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안 심심하게 보이려 하는 건 잘못된 선택이라서 뻔뻔하게 나를 믿고 감독님을 믿고 주여진을 그대로 그려보자 했다. 내공이 많은 어른이라 생각하고 한번 해보자고 했다. 뭔가 하면 할수록 여진을 망치는 길이라 생각해서 꼼수는 안 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주여진은 아버지 주인태의 죽음, 오랜 연인 김산과 이별 등 큰 상실을 겪은 인물임에도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 진기주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렵다기 보다는 고민은 많이 했다. 주여진은 어떤 울음을 쏟아낼까 얼만큼 참을까 얼만큼 드러내고 숨기려고 했는지 고민이 컸던 것 같다. 그동안 다른 캐릭터들은 감정이 나오는대로 표현하려고 했다면 주여진은 이 순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얼굴로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주여진과 비슷한 점으로는 "제 안에 주여진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동안의 캐릭터들에 비해 투영이 가장 적었기는 하지만 아주 없지는 않다. 지금의 저는 많이 줄기는 했지만 10대 후반, 20대 초반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 세상이 좋은 세상이 되는 데 일조하는 데 꿈을 꿨다. 지금은 아니지만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써서 알려줄 수 있겠다는 열망이 컸다. 인턴도 신문사에서 하고 그랬는데 하루하루 시간이 아까워서 집에 안 가고 아침에 첫 신문 나오는 거 보고 싶어서 일찍 가던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과거 기자 시절의 경험이 주여진을 연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을까. 진기주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여진이가 내레이션 하면서 기사쓰는 장면이었다. 내레이션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고 한창 원서 쓰고 스터디했던 시절도 떠오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직접적인 도움은 없었던 것 같고 알게 모르게 있었던 건 있었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녹아든 건 없었지만 제 안에 쌓여있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주여진을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 하는 편이라 밝히기도. "부담감이 너무 커서 출연 기대감을 느낄 새가 없었다"고 운을 뗀 진기주는 "(송)강호 선배님이 현장에 있는 것 자체도 신기한 일이었다. 주여진이나 잘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해서 건강까지 영향을 끼치는 편이다. 건강에는 좋지 않은 성격인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신체 증상까지 발현이 되니까. 슬픈 루틴인데 촬영 전에 병원을 한 번씩 돌아다니면서 30일치 약을 받아놓는다. 위에 장애가 많이 온다. 계속 속이 쓰리고 뒤틀리고 하더라. 먹지 않으면 더 힘들어서 먹는 건 억지로라도 먹으려고 한다. 배우 일을 하면서 이런 증상들이 발현된 건 아니고 10대 때 시험을 앞두고도 그랬다. 몸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병원을 가면 다 스트레스성이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주여진의 삶은 어떻게 봤을까. 진기주는 "촬영도 들어가기 전에 대본을 읽고 감독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여진이가 왜 기자를 택해요?'가 질문이었다. '여진이가 혁신당을 이끌수도 있지 않나?'가 그다음 질문이었다. 아버지의 신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여진이가 이끌어도 충분하지 않나 해서 그런 질문을 했는데 감독님이 당황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라는 표정이었다. 첫만남이어서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떠올리면 되게 재밌다. (기자를 택한 게) 여진이다운 선택, 여진이 인품에 잘 맞는 성격이었다 싶었다. 만약 여진이가 비슷한 결의 야망을 가졌다면 그렇게 택했을 텐데 나의 지위라는 야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너무 여진이다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한다"며 "여진이 같은 사람이 많다면 좋은 세상이 될텐데"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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