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재킹', 단순 실화? 휴머니즘 실은 비행이 선사한 감동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2024. 6. 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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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영화 '하이재킹'./사진=㈜키다리스튜디오

여객기가 납치됐다. 북으로 향하고 있다. 휴전선을 향해 간다. 곧,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에 들어서게 된다. 두려움과 공포, 1초 뒤 불확실한 상황이 엄습해 온다. 그리고 착륙하는 순간, 가슴 뭉클해진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하이재킹'의 이야기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았다.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등이 출연했다. 

'하이재킹'은 개봉 후 24일까지 누적 관객 수 56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13일만에 누적 관객 423만 명을 돌파한 '인사이드 아웃2'의 흥행세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익분기점 300만까지 가기에는 갈길이 너무 멀다. 하지만 6월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선전 중이어서 입소문으로 인한 흥행 뒷심을 기대하고 있다.

관객들이 '인사이드 아웃2'에 쏠리면서 '하이재킹'이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얻지 못한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주, 조연 배우들의 열연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적 재미가  빛을 발한 수작이기 때문이다. 

영화 '하이재킹'./사진=㈜키다리스튜디오

이 영화는 1970년대 대한민국과 북한의 이념 갈등 상황뿐만 아니라, 당시 극한의 상황 속에 담긴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목숨 내걸고 옳은 일을 위해 나선 사람들. 

'하이재킹'은 1971년 겨울 속초, 여객기 조종사 태인(하정우)과 규식(성동일)은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 사제폭탄이 기내에서 터지고, 아수라장이 된다. 단순한 여객기 폭파가 아니었다. 하이재킹, 여객기 납치였다. 범인은 22세 청년 용대(여진구)다. 

용대는 태인과 규식을 위협하고 조종실을 장악,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협박한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는 말과 함께. 기장 규식은 폭발 충격으로 한 쪽 시력을 잃고, 여객기 납치로 승객들까지 위기에 처한다. 1970년대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의 이념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 이런 가운데 월북하려는 용대의 여객기 납치 시도는 승객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런 가운데, 부기장 태인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태인은 용대를 속여 기수를 돌리려 하고, 용대는 태인을 향한 의심으로 상황 파악에 나선다. 두 캐릭터의 심리전은 '하이재킹'에 몰입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결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영화인 만큼 그 결과가 실화대로 이어질지 의심을 풀 수가 없다.  

'하이재킹'은 태인과 용대의 계속되는 심리전으로 클라이맥스에 치닫게 된다. 결말을 향해 비행하는 여객기는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고, 착륙을 향해 비행한다. 

'하이재킹'은 납치된 여객기가 착륙하는 그 순간까지 감정을 요동치게 한다. 태인과 용대, 규식뿐만 아니라 승무원 옥순(채수빈) 그리고 여러 승객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 때문이다. 생과 사의 순간에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이들을 지키려 하는 조종사의 사명감은  숭고하게 다가온다.  

영화 속 1970년대는 한국전쟁(6.25) 이후, 대한민국과 북한이 각종 선전전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특히, 그 시대를 살았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에 대한 공포, 두려움, 증오 등 부정적 감정이 가득했던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터. 

'하이재킹'/ 사진=(주)키다리스튜디오

이런 배경에서 '하이재킹' 속 여객기 승객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납치되어 강제로 북한으로 향하고 있으니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는가. 얼굴에 가득한 공포, 두려움의 감정은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와중에 서로를 걱정하며 위로하고 보듬는 모습은 가슴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코끝을 찡하게,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 있다. 태인이다. 그는 전투기 파일럿, 공군 출신이다. 납북되는 여객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거부해 강제 전역을 당하고 여객기 부기장이 됐다. 그리고 나서도 운명의 장난인지 여객기 납치 상황을 마주한다. 태인은 러닝타임 내내 치열하게 용대에게 맞선다. 승객들의 안전을 강조한다. 태인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제발 승객들 내려주고 가자"라고 용대를 회유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 수도 있는 위기에서도 그는 자신이 아닌,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것이다. 

태인이 승객을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사명감은 해석해보자면 이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군인 정신. 공군 전투 파일럿 출신인 그였기에 승객을 국민으로 여기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모습으로 보인다.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면서도 승객의 안전이 우선 순위가 되는 태인의 사명감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태인의 이런 모습은 기장 규식과는 또 다른 휴머니즘이 느껴진다. 올해 한국전쟁(6.25) 74주년이 된 상황에서, 군인 출신의 태인의 모습은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외에 옥순이나 규식이 자신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겪는 혼란, 두려움의 감정들도 '하이재킹' 속 휴머니즘을 돌아보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하이재킹'. 그 시절, 시대적 배경이 아니더라도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납치극으로 포장된, 사실은 휴머니즘이 담긴 영화라 확대 해석하고 싶은 '하이재킹'이다.  온가족이 극장에서 즐기고 감동을 받는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진정한 영화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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