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더해가는 드론... 대한민국 방공망은 이상 없나 [무기로 읽는 세상]
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지난 6월 한 달간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 정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최전선의 전투 부대들은 물론, 러시아 본토 각지의 전략 시설들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거세지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선에서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예 T-90M 전차가 고작 수십만 원짜리 수제 드론에 잿더미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고, 국경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정유소와 발전소, 공군기지들은 수천만 원짜리 장거리 자폭 드론에 피격돼 불타고 있다.
러시아를 공포에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는 보도는 외신을 통해 종종 나오고 있지만, 공개출처정보(OSINT) 활동을 통해 현지 전황을 매일 들여다보면 이 전쟁에서 드론이 차지하는 위상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로 당하는 처지인 러시아군 입장에서 이제 드론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작전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그 전술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더 위력적인 드론을 만들어 더 효과적으로 작전에 투입하고 있고, 이 때문에 드론에 의한 러시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사용하는 드론은 그것이 소형 전술 드론이든 중·대형 장거리 전략 드론이든 기술적으로 그리 복잡한 물건이 아니다. 소형 전술 드론은 'FPV(First Person View) 드론'으로 불리는데, 민수용 드론을 사서 간단한 개조를 한 물건이거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구해 얼기설기 조립한 조악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워낙 단순한 물건이어서 비행거리도 짧고, 전파방해에도 취약하지만, 아주 싼 가격으로 대량 조달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 취약한 부분들은 전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소형 드론에 로켓 탄두·수류탄·폭발물 달아 목표물 타격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술 드론은 크게 두 가지다. 소형 드론에 RPG 대전차 로켓 탄두나 수류탄, 급조 폭발물을 테이프로 칭칭 감아 목표물에 직접 돌진하는 자폭 드론, 프로펠러가 여러 개 있는 중형 드론에 박격포탄이나 수류탄 등을 매달아 투하하는 방식의 폭격 드론이 그것이다. 특히 제작비가 아주 저렴한 자폭 드론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 드론에 의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러시아군은 전차나 장갑차의 관측·무장 운용을 포기하고 차체 주변에 거대한 철제 덮개를 씌운 일명 ‘터틀탱크(Turtle tank)’를 만들어 쓸 지경에 이르고 있다.
소위 ‘바바 야가(Baba-Yaga)’로 불리는 폭격 드론도 러시아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로펠러가 6~8개 이상인 농약살포용 드론을 폭격기로 개조한 이 드론은 1대의 드론이 적게는 2~3발, 많게는 10발 이상의 박격포탄이나 수류탄을 달고 다닌다. 동체 하단에 장착된 카메라로 러시아군의 밀집 보병대나 차량, 진지를 확인한 뒤 머리 위에서 폭탄을 떨구는 방식이다. 러시아가 이 드론에 붙인 ‘바바 야가’라는 별명은 슬라브어권에 등장하는 마녀를 의미하는데, 이는 러시아군 장병들이 이 드론에 갖는 공포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하르키우나 포크롭스크 전선에서는 드론을 운용하는 1개 소대 규모의 우크라이나군이 2~3개 중대나 대대급 이상의 러시아군 부대를 손쉽게 격퇴하는 사례들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1,000㎞ 가까이 날아가 러시아 정유소·발전소 공격하기도
드론은 전략적 임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3D 프린터로 찍어내거나 가구용 목재를 깎아 대충 만든 동체에 오토바이나 경비행기용 엔진을 넣고,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율비행칩셋과 비행제어장치를 달아 싸게는 5,000만~6,000만 원, 비싸도 3억~4억 원의 가격으로 1,000㎞ 가까운 비행거리를 갖는 장거리 자폭 드론을 대량 생산해 러시아로 날려 보내고 있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1발에 30억~50억 원 정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헐값이다. 정찰위성이 없는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구매해 목표 주변과 목표물까지 날아가는 경로상에 있는 러시아 방공자산의 상태를 확인한 뒤, 그 사각지대를 골라 드론의 비행경로를 설정하고 날려 보낸다. 가령, S-400 방공 시스템의 레이더는 360도 전 방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1면 고정형 레이더이기 때문에, 위성으로 그 레이더의 방열 방향을 확인한 뒤, 레이더 전파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드론을 우회 비행시켜 목표물까지 접근시키면 손쉽게 극복이 가능하다. 이러한 공격 전술 때문에 러시아는 지난 6월 한 달간 크림반도에서만 S-300/400 방공포대 최소 13개소를 잃었다. 상업용 위성으로 파괴가 확인된 것만 그렇다. 그 외 크라스노다르·로스토프 지역의 정유소와 제철소, 공군기지 여러 곳이 피격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고, 드론으로 전략폭격을 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접근이 매우 쉽고, 비용이 아주 싸면서 전술·전략적 효과까지 크다면 북한도 드론에 손을 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드론의 대부분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구매한 중국산 부품들을 사용해 제작된다. 이러한 드론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도 활발한 북한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분야다. 그리고 한국군은 드론전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군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집단이다.
비용 싸고 전술·전략적 효과 커 북한이 활용할 가능성
러시아, 그 계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소련은 방공에 진심인 나라였다. 방공군이라는 독립군종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 전략적 제대부터 전술적 제대까지 막대한 양의 방공무기를 깔아놓고 밀집방공망을 운용했던 것이 소련이었다. 러시아 역시 다양한 방공무기를 갖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항공기·헬기와 같은 전통적인 공중 위협에 대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드론을 상대로는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 최강의 방공 시스템 중 하나라는 S-400이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이유는 한 방향만 볼 수 있는 레이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론은 유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적이 작기 때문에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을 수밖에 없다.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레이더가 새 떼로 오인하거나 아예 클러터로 인식해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드론을 날리는 입장에서는 고정 배치된 레이더 기지를 사전에 정찰해 사각지대를 파악한 뒤 공격에 나서기 때문에 360도 전 방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다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가 아니라면 드론 공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360도 전 방향 감시하는 레이더 없으면 드론 공격에 취약
한국은 2014년 청와대 무인기 사건 이후 드론 대응용으로 이스라엘제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 구매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유사 무기를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현재의 국지방공레이더를 채택해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국지방공레이더는 2022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드론 대응에는 효과가 없는 물건이다. 1면 고정형 레이더라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북한이 그 레이더 위치와 방열 각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는 레이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이 국지방공레이더와 아예 레이더가 없는 대공포를 ‘차세대 장비’로 대량 도입 중이다. 반면, 한국군이 도입을 포기한 그 이스라엘제 레이더는 미 육군과 해병대의 주력 야전방공무기 탑재용 레이더로 채택돼 실전에서 그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처럼 장거리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해 유사시 방사포·전술탄도미사일 등과 함께 투발할 경우, 러시아에 비해 방공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한국은 그야말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상황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장거리 자폭 드론에는 눈이 없다. 군사시설이나 인프라 시설에 떨어질 수도 있지만, 민가나 학교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 군이 무기 도입 사업의 초점을 ‘영토 수호’와 ‘국민 보호’보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치적과 전역 후 재취업에 맞출 경우, 우리 일선 장병들은 물론 국민들도 지금 러시아인들처럼 드론 공포에 떨며 살아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군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군 통수권자가 나서서 군을 질책하고 국가 방공망 구축 사업 전반을 재고해야 한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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