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창극 ‘만신’ 연습 현장…“모든 생명의 말이 들린다”

서종민 기자 2024. 6. 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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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만신: 페이퍼 샤먼' 개막에 앞서 런 스루(run through·마지막 예행연습)를 했던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의 '뜰아래 연습장'을 찾았다.

골짜기를 뜻하는 '실'(김우정·박경민 분)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무녀로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1막 내림굿, 아마존·아메리카·아프리카·북유럽 등 샤먼(김금미·최용석·민은경·김수인 분) 4명과 함께 세계 곳곳의 고통을 보듬는 2막 씻김굿 순서로, 연습실은 소리꾼 판소리와 악기 소리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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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만신: 페이퍼 샤먼’ 26일 개막
박칼린, 첫 창극 연출작

오는 26일 ‘만신: 페이퍼 샤먼’ 개막에 앞서 런 스루(run through·마지막 예행연습)를 했던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의 ‘뜰아래 연습장’을 찾았다. 에어컨 냉기가 감돌던 곳이었는데 국립창극단 단원들 머리카락은 이미 땀에 절어 있었다.

“자, 여정 떠나겠습니다!” 박칼린이 휴식 종료를 알리자 국립창극단 30명 전원이 연습실 한가운데로 모여들었다. 뮤지컬 음악감독·배우로 이름을 알린 박칼린의 첫 창극 연출을 함께하는 이들이다. 골짜기를 뜻하는 ‘실’(김우정·박경민 분)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무녀로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1막 내림굿, 아마존·아메리카·아프리카·북유럽 등 샤먼(김금미·최용석·민은경·김수인 분) 4명과 함께 세계 곳곳의 고통을 보듬는 2막 씻김굿 순서로, 연습실은 소리꾼 판소리와 악기 소리로 채워졌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만신: 페이퍼 샤먼’ 연습 현장에서 지도하고 있는 박칼린 연출, /국립극장 제공

◇“들린다! 들린다! 모든 생명의 말이 들린다!” = 김우정은 목이 찢어질 듯한 소리로 신의 힘을 받아들이는 실을 연기했다. 수차례 빙의를 거듭한 20분 동안 굿의 구음(口吟) 그리고 무구(巫具)뿐 아니라 의상과 작은 방울까지도 한국 무속의 정통 전수자로 꼽히는 이해경 만신(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에게서 고증을 받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굿판과의 차별점으로 제작진이 자신 있게 내세운 지점이다. 실이 “내가 모든 것을 안고 품어주마”라며 만신으로 거듭나기는 과정에서의 긴장과 몰입이 대단했다. 연습실 바닥은 무대 크기에 맞춰 흰색 구획선이 그어져 있었다. 박 연출은 의자에 앉아 무대 동선을 눈으로 바쁘게 쫓는가 하면, 몸을 들썩이면서 일어나 구획선을 타고 움직이며 객석을 등진 배우의 표정을 살폈다.

‘만신: 페이퍼 샤먼’ 1막 내림굿 연습 현장. 국립극장 제공

◇“천년이 지나 만년이 지나도 우리가 빌어주겠소!” = 박 연출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고통을 보듬는 만신을 구상했다. 만신이 된 실이 다른 4개 대륙의 샤먼을 만나 굿을 벌이는 것이다. 6·25 전쟁의 상흔부터 노예무역이 남긴 비극, 아마존 부족의 멸종 등의 고통이 다뤄진다. 연습실에서 거문고·가야금·태평소·해금·아쟁 등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뿐 아니라, 젬베·쉐케레 등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토속 악기가 눈에 띄었던 이유다. 명창 안숙선이 판소리 본연에 충실한 소리의 방향을 잡았다. 그 위에서 박 연출과의 상의를 거쳐 단원 유태평양이 작창보를 맡아 참신한 소리를 고민했다고 한다. 연습 현장에서도 유태평양은 연주자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이었다.

‘만신: 페이퍼 샤먼’ 콘셉트 사진. 국립극장 제공

◇“관객이 좋아할까? 이것부터 생각하면 못 만들어.” = 연습 종료 직후 만난 박 연출에게 ‘혼종’으로 비칠 우려를 질문하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박 연출은 “관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관객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극을 만드는 법도에 어긋난다”며 “수년 전부터 구상해 왔던 이 작품에 충실했다”고 했다. 그가 이 작품을 떠올렸던 시점은 7년 전이다. ‘페이퍼 샤먼’이라는 제목대로 이 작품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종이, 굿판 등을 소재로 준비하고 있던 별개 작품들을 한 무대에 모았다고 한다. 해외 공연이 성사된다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미국 동·남부’를 꼽은 박 연출은 “노예를 한가득 싣고 그 부근 대서양에서 침몰했던 무역선들이 많다. 대서양의 넋을 위로하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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