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믿고 영끌했는데 결국 빚더미에 파산…민주당, 美교훈 되새기고 ‘식량의 정치화’ 그만둬야 [매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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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농수산물에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달하면 그 차액의 일정비율을 보전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농수산물가격안정제'를 통해 농어민의 경영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선 후 닉슨 정부는 곡물 가격 정책을 아예 바꿔버렸다.
과잉 생산으로 시장 가격이 급락하면 목표 가격과의 차액을 정부(납세자)가 지급하겠다고 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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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잉 여파 가격 급락
고당도 시럽 등장 비만 역풍
양곡법·한우법 부작용 뻔한데
한국 야당 일방적 추진 강행
더불어민주당이 농수산물에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달하면 그 차액의 일정비율을 보전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농수산물가격안정제’를 통해 농어민의 경영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슷한 명분으로 일찌감치 ‘목표 가격제’를 도입한 미국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부작용을 겪고 있다. 농어민의 경영 안정이라는 선의에도 피해는 수요자는 물론 농어민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명 직후 버츠는 잉여 곡물을 해결할 묘수를 냈다. 냉전 중이던 소련에 흉작이 들어 식량난이 발생한 것이다. 1972년 버츠는 소련과 협상을 통해 3000만톤, 당시 가치로 7억 500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옥수수·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후 2년 만에 밀값은 두 배, 옥수수값은 세 배로 뛰어올라 농민들은 환호했다.
사실 그 배경에는 ‘식량 정치학’(Food Politics)이 있었다. 닉슨 대통령의 속내는 오하이오의 옥수수 농민 표심에 있었다. 경합주인 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하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닉슨은 1968년 대선에선 오하이오에서 2.28% 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지만, 4년 후 재선은 장담할 수 없었다.
닉슨의 고민을 알아챈 버츠는 “농민을 공화당으로 끌어들이려면 곡물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닉슨은 재선 공약에 “농민도 도시민만큼 잘살도록 하겠다”고 내세웠고, 선거 넉달전 소련에 곡물 수출을 발표했다. 오하이오에서 20.56% 포인트로 압도적 승리한 닉슨은 재선에 성공한다.
재선 후 닉슨 정부는 곡물 가격 정책을 아예 바꿔버렸다. 기존 정부는 경작지를 휴경지로 두면 보조금을 줘 과잉생산을 막았다. 반대로 버츠 장관은 ‘울타리에서 울타리까지’ 옥수수를 빼곡하게 심도록 독려했다. 과잉 생산으로 시장 가격이 급락하면 목표 가격과의 차액을 정부(납세자)가 지급하겠다고 보장했다. 그렇게 1973년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최저 가격을 보장한 ‘목표 가격제’가 도입됐다. 이제 옥수수 농부는 인접 토지까지 사들여 더 심었다. 타 작물 농부는 옥수수 재배로 갈아탔다. 옥수수 경작 면적은 1973년 6214만 에어커(1000만 에이커=약 4만 k㎡)에서 지난해 9460만 에이커로 1.5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억4173만 톤에서 3억 8774만톤으로 2.7배 증가했다.
급증한 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자 문제가 폭발했다. 정부만 믿고 토지·농기계를 대출로 매입한 수만 개의 소규모 농장이 1980년대 초 빚더미에 파산했다. 그 후 정부 정책은 ‘수요 창출’에 집중됐다. 옥수수로 설탕을 대신할 고과당 시럽을 만들도록 독려했는데, 이는 성인 비만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액상 시럽 생산량과 비만의 밀접한 관계에 관한 연구가 쏟아졌다. 미국인 1인당 연평균 액산과당 소비는 1981년 6kg에서 1987년 12.7kg, 1999년 17kg으로 급격히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곡법 개정안과 한우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속내는 뻔하다. 지지기반 지역의 농심을 붙들고, 취약·경합 지역의 농심을 공략하기 위한 ‘식량 정치’다. 두고두고 피해를 양산할 법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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