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이 9단을 눕혔다

이홍렬 기자 2024. 6. 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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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찬석배 영재바둑대회...조상연, 김은지 꺾고 우승

‘졸병’이 ‘장교’를 꺾었다. 제12회 하찬석국수배 영재바둑최강전 이야기다. 25일 합천군서 막을 내린 대회 결승서 조상연(16) 초단이 김은지(17) 9단에게 245수만에 흑 불계승 했다.

조상연은 이날 실리전법으로 출발, 두터움을 앞세운 김은지에 맞섰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것은 중반 좌상귀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 조상연은 백의 잇단 의문수를 놓치지 않고 응징, 상변과 중앙 흑을 모두 타개하면서 우세를 잡은 뒤 끝까지 밀어붙였다. ‘4귀생’과 ‘통어복’을 함께 이룬 완승이었다.

국내 최연소 9단 김은지를 꺾고 하찬석배를 차지한 조상연 초단

지난해 9월 입단한 조상연은 프로 입문 9개월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프로 진출 후 김은지와 처음 가진 맞대결 승리이기도 했다. 예선 포함 7전 전승으로 우승한 조상연은 “세계 무대서 성적을 내는 기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살 아래 조상연에게 우승컵을 내준 김은지(17) 9단.

바둑계에서 최고단인 9단은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입신(入神), 초단은 ‘졸렬하나마 지킬 줄 안다’는 뜻에서 수졸(守拙)로 칭한다. 기사 층이 얇던 1960~70년대 무렵 9단과 초단 간 승단대회 치수는 3점이었다. 이후 세대교체 바람 속에 초단이 9단을 꺾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결승전서 초단이 9단을 누른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합천군 대회장 전경. 왼쪽이 김은지 9단, 오른쪽이 조상연 초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하찬석배는 17세 이하(2006년 이후 출생자)에게만 출전이 허용된 신예 기전. 신진서, 설현준, 문민종 등 거물들이 거쳐갔다. 조상연은 규정에 따라 2단으로 승단하면서 우승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400명이 넘는 국내 남녀 기사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최단 코스 9단 기록 보유자인 김은지는 여자기성전, 루키영웅전, 난설헌배 등에 이어 또 한 번의 우승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현재 랭킹은 김은지 48위, 조상연은 9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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