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접대하면 또 찾아와…" 참사현장 정치인 방문에 현장인력 고충

김재현 2024. 6.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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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 여야 정치인들의 방문이 줄잇고 있다.

현장 공무원을 격려하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현장 인력이 정치인 의전과 설명에 투입되고 이들이 몰고 오는 사람 때문에 사고 수습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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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현장에 여야 정치인 앞다퉈 방문
"업무에 지장 초래, 잦은 방문 자제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 측 제공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 여야 정치인들의 방문이 줄잇고 있다. 현장 공무원을 격려하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라지만, 현장 인력이 정치인 의전과 설명에 투입되고 이들이 몰고 오는 사람 때문에 사고 수습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아리셀 공장에는 전날 오후 5시 50분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장 먼저 찾았다. 원 전 장관은 "희생자가 많을 수 있다고 해 아무 정보 없이 달려왔다"고 말했는데, 당시 한 도의원이 현장을 수행했다.

이어 오후 9시 윤상현 의원, 오후 10시 40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등 당대표 출마자들이 잇따라 화재 현장을 찾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인의 현장 수습이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취재진과 만나 "재난 상황을 감안해 시간을 좀 미뤄 간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참사에 공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나은 것인지 고민해 볼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그냥 '둘러보고' 가지만은 않는다. 현황 점검을 이유로 소방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모습 역시 여느 재난 현장과 마찬가지로 반복됐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현장에서 화재 상황을 보고받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화재현장에 도착해 현장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다만 이들과 달리 또 다른 출마자 나경원 의원은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부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추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인들이 각자 일정을 이유로 시간을 다 맞춰 오는 경우가 드물고, 그때마다 매번 브리핑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선 공무원들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을 건의하고 생산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 근무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부수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화재 현장에서 상황 등을 브리핑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1년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 당시 일부 기초의회 의원들이 사고 현장에 설치된 경찰 통제선을 넘어가 헌화하는 모습을 촬영하다 빈축을 샀다. 2022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실언해 비판을 받았다. 상황 수습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인 모습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정치인들의 참사 현장 방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치인들이 현장에 방문하면 의전이나 사진 촬영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1년 경기 이천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경기소방재난본부 익명 게시판에는 "정치인이 방문하면 의전과 사진 촬영 등으로 수습 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방문을 최소화해 주시고 소방 공무원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방노조 관계자는 "현장을 정확히 파악해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분별한 정치인들의 방문은 소방 본연의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며 "보고가 필요하다면 다른 경로로도 전달할 수 있는 만큼 잦은 방문은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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