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화성 공장 화재' 예견된 참사…아리셀, 안전관리자 선임 안해"

지난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서 화재로 근로자 23명 사망
민주노총 "그간 여러 화재 원인 된 리튬전지…무대책으로 방치"
"이주노동자 20명 숨져…매년 100명 사망하는데 안전교육 부실"
한국노총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숨은 위험요인 파악해야"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지난 24일 경기 '화성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가 정부와 사업주에 책임이 있다며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화재를 두고 "예견된 참사"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리튬 일차전지는 그동안 많은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됐는데도 사업장 안전은 무대책으로 방치됐다"고 했다.

이어 "2019년 경기도 포천, 대전, 포항, 세종 등의 군부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안전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참사가 발생한 공장엔 리튬전지가 사고 당시에만 3만5천개가 있었다"고 했다.

또 "사고 이전에 진행된 안전 점검이나 셀프 소방 점검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며 "무용지물인 안전 점검이 반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화재로 2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매년 100여명이 사고성 산재로 사망하는 등 이주노동자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정부 대책은 전달체계도 부실한 안전교육 교재 개발이 전부였다"고 했다. 또 "이번 참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폭발 화재 발생 시 대피경로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전교육이나 최소한의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이중삼중의 구조에서 20명의 이주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아리셀은 50인 이상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면 선임하도록 돼 있는 안전관리자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업주의책임을 묻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이후 7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전 아울렛 참사도 2년 가까이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도, 기소도, 처벌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실태가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원인"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화재를 두고 "2020년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참사와 마찬가지로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의 전형"이라고 했다.

이어 "참사의 원인이 된 리튬전지는 연쇄 폭발과 열폭주를 일으킬 수 있음에도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안전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소방당국이 금속화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현장에서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양대노총은 입을 모아 안전대책을 세우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예견된 위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사고원인에 대해 유족에게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조사에 피해자 및 유족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다.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노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매번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안전대책이 마련되는 현실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일·이차전지를 비롯한 신소재를 취급하는 사업장의 숨은 위험요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책임이 밝혀질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전곡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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